[미디어펜=김명회 기자] 통계청 수장이 청와대와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전격 경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청와대가 지난 주말 황수경 통계청장을 경질하고 후임에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을 임명한 것이다.
황 전 청장이 취임한 지 13개월 만이다. 과거 통계청장들이 평균 2년여간 재임했던 것과 비추어 볼 때 이례적이다.
이같이 황 전 청장이 경질된 데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및 소득분배 통계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하고 있다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최저임금 인상 발표 이후부터 관련 지표에 대한 분석 범위와 수치에 대한 해석을 두고 청와대와 마찰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통계청이 1분기 가계소득동향 조사에서 소득 양극화가 극심한 것으로 통계를 내자 청와대에서는 한국노동연구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재분석을 의뢰했고, 강 신임 청장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올렸다.
통계청은 올해 1분기 1~3분위(소득 하위 60%) 소득계층의 가처분소득이 작년 동기보다 3.0~12.8%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강 신임 청장은 통계청의 통계방식에 퇴직금과 자녀가 주는 용돈 같은 비경상소득이 포함돼 있다면서 부정확하다는 지적했다.
통상 가처분소득 산정 때는 비경상소득을 제외해야 한다면서 이 방식을 통해 가처분소득을 다시 구하면 1분위의 가처분소득 감소폭은 2.3%로 줄어들고, 3분위 소득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선다고 분석했다.
황수경 통계청장이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정부의 입맛에 딱 맞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니 이번 통계청장 인사를 두고 말이 많은 것이다.
황 전 청장은 지난 27일 이임식에서 “올 때도 갑작스럽고 갈 때도 갑작스럽다”고 했다. 또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선 “제가 윗선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발언했다. 경질된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통계청 공무원 노조도 지난 29일 성명을 통해 “좋지 않은 상황을 ‘좋지 않다’고 절차대로 투명하게 공표했음에도 정부가 통계나 통계청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왜곡했다”며 “통계청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히 지켜줘야 할 자리임에도 아무런 이유 없이 경질됐다”고 비판했다.
결국 문 정부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후임 통계청장에 앉힌 것이다. 청와대 쪽에서는 아니라고 하지만 현 상황을 볼 때 누구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통계는 중립을 갖고 정확하게 작성돼야 한다. 국가 통계는 재정·복지·분배 등 각종 정책의 기초자료로 사용된다. 국가의 모든 정책 결정이 이를 밑바탕으로 해서 이뤄진다.
그런데 이것을 통치권자의 입맛에 맞게 변질시킨다면 잘못된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볼모가 되는 셈이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강 신임 청장이 취임식에서 “통계는 특정한 해석을 위해 생산될 수 없다”며 “그런 염려를 할 만한 결정을 앞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8일 오후 정부대전청사 후생동 강당에서 강신욱 17대 통계청장 취임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연히 그래야 한다. 통치권자의 입맛에 맞는 경제지표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경제지표를 내놔야 한다.
하지만 강 신임 청장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분석 등이 최저임금 효과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어떻게든 통계청의 통계작성 방식에 변화가 있을 것을 시사한다.
수장의 견해에 따라 통계작성 방식이 바뀔 수는 있겠지만 바램은 국가 발전과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미디어펜=김명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