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SK이노베이션이 해상유 환경 규제 앞두고 친환경 해상유 시장 아·태지역 강자로 발돋움하면서 사업 본질의 사회적가치도 같이 키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제품 수출 및 트레이딩 전문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을 통해 최근 저유황유 사업 규모를 확대 중이라고 3일 밝혔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2016년 환경 보호 등을 위해 해상 연료유에 적용되는 황산화물 함량을 3.5%에서 0.5%로 대폭 감축 시키는 안을 확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020년부터 해상 연료유 시장은 ▲황산화물 0.5% 미만의 저유황중유(LSFO) ▲선박용 경유(MGO) ▲액화천연가스(LNG) 등 저유황유 중심으로 재편될 예정으로, 최근 해운 업계 관심이 높아지며 본격 규제 시점보다 빠르게 시장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SKTI는 이러한 시장 움직임을 환경 규제 대응과 신규 시장 개척의 적기로 판단하고 저유황유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섰다. 우선 국내 업체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운영 중인 '해상 블렌딩 비즈니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SKTI는 2010년부터 싱가포르 현지에서 초대형 유조선을 임차해 블렌딩용 탱크로 활용, 반제품을 투입해 LSFO를 생산하는 해상 블렌딩 사업을 운영 중이다. 해상 블렌딩은 육상이 아닌 바다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어려움이 큰 사업으로, 국내에서는 SK가 유일하게 시도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일부 기업만 하고 있는 분야이다.
해상 블렌딩을 통해 연간 100만톤 수준의 LSFO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SKTI는 IMO 규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황 함량 0.1% 이하의 초저유황중유(ULSFO) 마케팅 물량을 지난해 대비 2배 가량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고품질 저유황유 제품의 글로벌 판매망도 선제적으로 구축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해상 저유황중유 블렌딩 비즈니스/사진=SK이노베이션
SKTI가 진출해 있는 싱가포르 해상 선박유 시장은 LSFO 생산에 적합한 다양한 블렌딩용 유분이 집결, 이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또한 해상 물동량이 많아 해상유 제품 수요가 꾸준한 시장이며, 해상 저장탱크와 바지선 등 물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해상 블렌딩 비즈니스에 최적지로 평가된다. 해상 블렌딩을 통해 생산된 LSFO는 선박 연료·발전소·정유 공장 원료로 활용된다.
LSFO 블렌딩 사업은 과거에는 육상 시설에서만 제한적으로 운영돼 해상에서의 블렌딩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으나, SKTI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해 과감하게 도전하고 성공함으로써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확장했다.
SKTI 관계자는 "규제를 사업 확대 기회로 받아들이고, 업계에서 어려워하는 해상 블렌딩을 확대하는 등 두 가지 차원에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해 사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역내 최대 경유 수출자의 지위를 활용, MGO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과 싱가포르로 시장을 확장, 한-중-싱가포르를 잇는 해상유 물류 트레이딩 모델도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전사 차원에서 'IMO 2020'에 따른 해상유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 친환경 제품 생산을 늘리는 사회적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설비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석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총 1조원 가량이 투입되는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고유황 연료유인 감압 잔사유를 저유황·디젤 등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설비로, 2020년 설비 완공시 SK이노베이션은 국내 1위 저유황유 공급자로 도약하게 된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