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에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곳도 나타났다.
30일 각 은행 IR 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KB국민은행의 원화대출금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35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53조2000억원의 실적을 내 0.7%, KEB하나은행은 74조2000억원을 기록해 5.7% 상승했다.
은행권의 주담대 실적은 최근 2년간 대체적으로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6.19 및 8.2 부동산 대책과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 등에 따라 이전처럼 손쉽게 가계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9월 중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4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전월 대비로는 33%까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내년부터는 실적이 더욱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부터 9.13 주택 안정화 대책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이 은행권의 관리지표로 도입됨에 따라 앞으로 주택을 담보로 대출 받기가 어려워졌다.
가계대출 옥죄기에 벌써부터 은행권은 DSR과 RTI 규제로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향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IR)에서 곽철승 하나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DSR이 관리지표로 도임됨에 따라 90%를 초과하는 잔액은 2조원 아래로 예상된다"며 "최대 9000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고 RTI 강화에 따른 대출 잔액은 최대 8000억원 축소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기환 KB금융지주 CFO 겸 전무 또한 "9.13 대책 이후 이익은 260억원, 자산은 2조4000억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주택담보대출은 연간 2조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걱정과 달리 금융당국은 지금의 가계부채 안정화 추세에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전라북도 전주에서 기자들과 오찬을 가진 뒤 "DSR 시행 효과 등에 따라 최근 가계부채 증가율이 안정화되고 있고 앞으로는 더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여전히 그 규모가 절대적으로 크다"며 "경각심을 가지고 철저히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9일 전라북도 전주에서 열린 '지방금융 활성화를 위한 지방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금융위원회 제공
또 그는 "금융당국의 목표는 금융사들이 가계대출로 영업을 하는 것에 대한 한계를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과거처럼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영업을 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가계 또한 더이상 은행을 이용해 돈을 빌려 집을 투기하는 게 어렵다는 인식을 가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최 위원장은 은행권이 가계대출 대신 다른 자금운용법을 찾을 것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미 상당수 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위주로 대출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김기환 KB금융지주 CFO 겸 전무는 "최근 가계대출 규제와 경기 둔화로 은행의 성장성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2015년부터 대출자산 포트폴리오의 균형 조정을 위해 중소 위주로 기업대출을 확대했고, 2014년 43.2%에 달하던 비중이 올해 9월 말 45.5%까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은행들은 기업 대출 부문에서 개인사업자대출(SOHO)의 견고한 성장세로 가계대출의 이익 축소를 상쇄하고도 남는 실적을 거뒀다.
올해 3분기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가운데 SOHO 대출은 국민은행 6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신한은행은 8.5% 상승한 41조9000억원, 하나은행은 41조2300억원으로 7.8%, 우리은행 31조9580억원으로 6.1% 상승했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