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기자수첩] '11마케팅'의 상술

2018-11-06 16:08 | 김영진 부장 | yjkim@mediapen.com

11번가가 진행하고 있는 십일절 페스티벌./사진=11번가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 위메프에서 LG전자의 TV임을 홍보해서 당연히 내용도 보지 않고 구매를 했는데 뭔가 이상해서 다시 내용을 살펴봤는데 LG전자는 커녕 패널조차 중국 회사 제품이었습니다. 기저귀를 판매할 때도 어찌나 화가 나던지 아기 엄마들은 아기 재우고 돈 한 푼 아끼려고 시간 기다려 구매하려고 한 건데 카드 승인은 여러 번 나 있는데 구매목록에는 없더라고요. 시스템도 안 받쳐주면서 왜 이런 행사를 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고객 우롱하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위메프에는 안 들어가야겠다는 생각만 확고해졌습니다. 

#11번가에서 십일절 행사를 진행한다고 해서 들어가 봤는데 지난번에 구입한 휴지가 1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만5000원에 판매하네요. 십일절이 되면 좀 더 저렴해 질 줄 알았는데 원래 가격보다 더 비싸졌어요. 옥션, 지마켓도 빅스마일데이를 하더니 값을 더 올려놨어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중 일부이다. 이 커뮤니티는 쇼핑과 관련한 곳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런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걸 보면 유통채널들이 11월에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기는 하는구나 실감을 하게 된다. 하지만 대대적인 마케팅에 비해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높아 보이지 않는다. 

국내 유통채널이 11월에 대대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게 된 배경은 중국 광군제 영향이 크다. 중국의 광군제는 11월 11일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처럼 최고 쇼핑시즌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의 영향이 커지면서 언젠가부터 11월이 최고의 쇼핑시즌이 돼 버렸다. 

11월 쇼핑 마케팅에 가장 크게 집중하는 곳은 오픈마켓 11번가이다. 11번가라는 브랜드가 11월 11일과 숫자가 동일해, 마케팅을 하기에 최적의 네이밍이다. 11번가는 올해에도 '십일절 페스티벌'을 기획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위메프의 '블랙1111데이'./사진=위메프


하지만 11번가가 홍보하는 것만큼 소비자들의 쇼핑 만족도는 높아 보이지 않는다. 십일절 페스티벌 이전에 가격을 올려놓고 할인 광고를 하는 일도 있고 할인쿠폰을 뿌리지만 기본 가격 자체를 올려놔서 이전에 판매하던 것과 별반 가격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할인을 많이 해주는 척하지만 기본 가격 자체를 확 올려 버리는 꼼수를 부린다", "앱을 통한 구매시에만 적용 가능한 쿠폰을 주면서 막상 앱에 들어가면 PC에서 본 것보다 기본 가격을 올려놓는다" 등의 고객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위메프의 경우는 더 가관이다. 위메프는 '블랙프라이스데이', '블랙1111데이' 등을 진행하며 11월 쇼핑 성수기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시스템이 안 받쳐주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고객들의 불만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분명 구매가 됐다고 카드 승인 문자까지 받았는데, 구매목록에는 없고 차후에 카드 승인이 취소되는 것은 어떤 경우인가. 소비자 입장에서 그 상황을 상상하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분명 화면 이미지는 LG전자의 TV였는데 결제 과정에서 보니 실제 구매한 것은 중소기업 제품인 것은 또 어떤 경우인가.

소비자는 할인한다고 해서 할인 가격에 사려고 노력한 것밖에 없는데 왜 이런 황당한 경우까지 당해야 하는가. 11번가와 위메프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 채널 및 다른 유통채널들도 대동소이할 것으로 본다. 쇼핑의 국경이 없어진 시대, 미끼 상품을 내걸어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유통채널의 상술에 넘어갈 만큼 소비자들은 순진하지 않다. 소비자들은 더 똑똑해졌고 영악해졌다. 과도한 '11마케팅'이 단기적으로 매출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역효과 우려도 고민해 봤으면 한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관련기사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