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협력이익공유제에 대한 경제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이 낸 성과를 중소기업(협력업체)과 나누자는 발상 자체가 반(反)시장적인 데다 참여기업 간 경영부담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5일 정부가 추진하는 협력이익공유제와 관련 "기업 경영원리에 배치되고, 협력이익 규모와 업체별 기여도 산정이 불가능하여, 실제 경영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제도"라며 법제화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경총은 "정부는 기업들 간의 자발성에 바탕을 둔 인센티브 제도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별도 재단을 통한 사업관리, 목표기업수 설정, 관련 기업간 정책지원 차별화 등을 통해 비자발적 참여를 강제할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이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창출한 이익을 다른 기업과 공유해야 한다면 이윤 추구를 위한 경제적 동기가 저해될 것이고, 이는 혁신 유인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경총의 주장이다.
경총은 협력이익공유제가 참여기업 간 경영부담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도 지적했다. 경총은 "대기업의 영업적자에 대해서는 협력업체가 책임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본질적으로 형평성에 맞지 않고 협력이익 규모와 기여도 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장은 기업의 이익은 연구개발, 기획, 마케팅, 영업과 같은 경영활동과 임직원의 생산성, 노하우 등의 종합적 결과물로, 협력이익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총은 또 "협력이익공유제는 참여기업 간 자발성을 강조하지만, 법제화될 경우 기업경영에 대한 규제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며 "제도의 구체적 실행방안을 기업 스스로 결정하라는 정부의 설명은 정부가 아닌 민간자율에 맡기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지난달 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협력이익공유제는 기업 경영의 독립성을 해치는 제도”라며 “대기업들이 낸 성과를 어떻게 나눌지 계산하는 것 자체가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협력이익공유제가 법제화되면 한국 대기업과 거래하는 해외 협력업체들도 이익 공유를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해외 협력사와 이익을 나누려고 해도 성과 기여도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분쟁에 휩싸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도 “자본주의의 기본 틀을 위협하는 위헌적인 발상”이라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는 만큼 법제화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