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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 해체, 수질 따지다가 가뭄·수해 자초하나

2019-02-25 17:04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4500억원을 투입해 완공한 후 지난 7년간 제기능을 다해온 보 3곳을 9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들여 해체한다?

지난해 11월에 구성된지 3개월만에 '4대강 보 3곳(금강 세종보·죽산보 및 영산강 공주보)을 해체하자'고 나선 환경부 조사평가기획위원회(기획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단시일에 졸속 결론을 내렸다는 비판과 함께, 수질만 따지다가 오히려 향후 가뭄과 수해를 자초할 것이라는 우려가 전문가들과 보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보를 해체해야 한다'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부터 빈약하다.

환경부는 보 해체에 따른 수질·생태 편익(2585억원)이 총 편익의 68%에 달하는 등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지만, 홍수조절 능력 및 수변환경 평가 산출 과정에서 홍수예방·관광객유치 지표를 자의적으로 반영했다는 전문가들 비판이 일고 있다.

환경부는 보 유지에 따른 편익을 이미 경제성 분석에 반영했고 2017년 6월부터 실측자료를 확보해 '보 해체' 근거가 충분하다고 해명했지만, 지난해 7월 감사원이 4대강 편익에 대해 내린 감사 결과와 이번 기획위 결론이 상반된다는 점이 문제다.

감사원은 지난해 감사 결과에서 4대강 사업 후 수질개선 지역 44%, 동일한 곳 42%, 악화된 곳은 18%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다른 정권 하에서도 아닌데 기획위는 감사원 발표 7개월 만에 '보 3곳을 해체하면 최대 1000억원까지 편익이 생긴다'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당시 감사원은 수질측정을 위해 금강 63곳과 영산강 36곳 등 99곳을 조사 분석했다. 하지만 기획위는 금강과 영산강을 합쳐 5곳만 조사했고 그것도 각 보별로 물이 고이는 상류지점만 측정했다.

애초부터 정해둔 답을 이끌어내기 위해 형식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이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기획위)는 지난 22일 금강과 영산강 보 일부를 해체하고 상시개방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사진=환경부



기획위는 수질 모니터링 과정에서 총인(TP), 부유물질(SS),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등 주요지표를 고려하지도 않았다.

기획위 안대로 실제 철거에 들어간다면, 이미 소요된 공사비 4500억원이라는 기회비용에 해체 공사비 900억원을 더해 5400억원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애초에 기획위가 무조건적인 환경주의자와 친정부 인사 등 4대강 반대자들로 구성됐다는 비판도 쟁점 중 하나다.

보 해체에 따른 부작용·문제점·비용에 대해 전문가들이 꼼꼼한 논의를 이어가고 정치논리를 배제한 객관적인 공론화가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보 해체' 여부는 올해 6월 출범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결정한다.

보 개방으로 인한 생활용수·농업용수 부족을 호소하는 농민들은 보 해체가 정부 방침으로 확정될 경우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적정 수준의 강물은 주변 지천과 지하수 수위를 높여 용수 걱정을 덜어주고 수해 대비도 가능하다.

기획위가 '보 해체' 명분으로 수질 악화를 내세웠지만, 이것이 계절에 따라 드러나는 일반적인 현상인지 분뇨와 같은 오염요인이 급증한 탓인지 장기간에 걸쳐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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