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 세계 1·2위 조선소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본 계약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구조조정 여부를 둘러싸고 엇갈린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달 19일 한영석·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가 사내 소식지에서 "인수 발표 이후 양 사의 미래와 울산·거제 지역경제 및 협력업체 미래와 관련해 우려를 표하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어느 한 쪽을 희생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으나 노조와 업계에서 이 발언의 현실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두 대표는 지난해말 송년사를 통해 "일감이 부족한 해양플랜트본부 조직을 대폭 슬림화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양본부 슬림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없고, 일감부족이 핵심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양 사가 신규설립되는 조선합작법인에 동등한 형태로 편입돼 각자 운영될 것"이라며 "인력 구조조정을 없을 것"이라고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해양본부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인력까지 수용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해양부문을 필두로 만성적인 인건비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한 가운데 구조조정을 안하겠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도협 현대중공업 갑질철폐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잘못하면 현대중공업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 있으며, 부실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을 정상궤도로 올리기 위해서는 사업구조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해당 사업부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부 및 해양플랜트 사업부는 대우조선으로 통합·관리될 것이며, 현대중공업 역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 스스로가 "시장 상황이 그나마 좋은 지금이 구조조정 적기"라고 말하는 등 상반된 발언을 하는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노조의 총고용 요구에 대해서도 "그러면 우리에게는 무엇을 줄 수 있냐. 그런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사실상 구조조정 의사가 있음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중국 조선소와의 경쟁을 위시한 업황과 우리 산업의 진로 등을 고려할 때 궁극적으로 '빅2'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 뿐만 아니라 양 사의 사업부문 중 겹치는 영역이 많아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면 솔직하게 털어놓고 대책을 모색하는 것이 도의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산은의 "과격한 투쟁과 파업으로는 일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노조가 배수진을 치는 것을 막을 명분이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노조가 인수를 막을 수는 없지만 외국 업체들이 이를 핑계삼아 기업결합심사에서 몽니를 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로 조선업 고용인력이 줄면서 군산·거제 등의 지역경제가 치명상을 입었는데 구조조정 관련 해결방안이 이에 대한 해법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산은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경직된 노동시장으로 인한 문제가 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은이 정부와 국회에 관련 법안을 만들자고 제안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지금처럼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세로는 아무 것도얻을 것이 없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