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문재인정부 첫 '사회적 대타협'으로 꼽히는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가 12일 대통령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국회로 넘어왔지만, '주 52시간제' 단속을 보류하는 계도기간 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와 기업들의 시름이 커졌다.
오는 18일 국회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고용노동소위를 열고 단위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여야 합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내로 입법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은 언제 정부 단속에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 들어가게 된다.
정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이달까지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이 되지 않는다면 정부 단속에 속수무책"이라며 "기업별로 상황은 다르겠지만 6개월 확대안이 4월부터 시행되어야 인력 운용에 큰 차질이 없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체 법률고문을 맡고 있는 한 법조계 인사는 "고용노동부가 단속 유예를 재연장한다 해도 기업들이 법적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법이 이미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위법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자업계 관계자 또한 "현장마다 납기를 지키려면 위법 편법을 넘나드는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다. 이미 일부 부서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주 52시간제를 어기고 있다"며 "유예기간을 넘기면 기업으로서는 큰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고 호소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26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계도기간을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 완료 시점까지 추가 연장하겠다"고 밝혀, 기업들의 불안은 다소 가신 상태다.
문재인정부 첫 '사회적 대타협'으로 꼽히는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가 12일 대통령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국회로 넘어왔다./사진=미디어펜
다만 환노위가 오는 18일 고용노동소위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한 후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지만, 자유한국당이 '단위기간을 1년으로 더 확대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는 뜻을 시사해 합의가 지체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환노위 안건 처리가 진통 끝에 성사되더라도, 국회 본회의 통과 후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공표해야 해서 근로기준법 개정 시행일이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또다른 변수는 노동계 진영의 반발이다.
공은 국회로 넘어왔지만 경사노위 본위원회 의결이 없는 상태에서 국회가 경사노위 설립 근거를 부정하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어서다.
경사노위 근로자위원으로서 최종 합의안을 의결하는 본위원회를 연달아 보이콧하고 나선 청년유니온 김병철 위원장·전국여성노동조합 나지현 위원장·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상임활동가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대화 첫 합의가 '탄력근로제 확대'라는 노동권 후퇴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국회 환노위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3월 내에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행시기는 개정안 부칙에 시행일을 언제로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측이 안고 있는 독소조항 리스크 또한 여전한 가운데, 이번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을 계기로 기업들이 업종별로 정상경영 궤도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