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문재인정부가 '주52시간 근무제'를 강행하면서 불거진 버스대란이 결국 전면적인 요금 인상과 준공영제 확대 등 국민 돈으로 막는 결과를 초래했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이날 예고되었던 버스노조 총파업은 각 광역자치단체 및 지역노조별로 전날 오후부터 이날 오전 사이 극적으로 합의를 이뤄, 세금 투입 위주의 미봉책으로 가닥이 잡혔다.
당초 1조원을 훌쩍 넘는 추가비용에 대해 "국고지원은 곤란하다"던 기획재정부 목소리는 여당과 정부의 강력한 지원 방침에 묻혔다.
전국 2만여대 버스가 총파업을 경고했다가 최종 합의를 이뤄 무산된 이번 대란의 책임은 뻔히 이렇게 진행될 상황을 예상 못하고 주52시간 근무제를 강제 시행한 정부에 있다.
버스와 같이 초과수당으로 임금을 받아가는 운전기사들에게 주52시간 근로제를 강제적용하면 당연히 임금 감소가 뒤따른다. 적게 일하면서 임금을 동일하게 받아가길 원하는 것은 넌센스다. 하지만 기사들은 주52시간제 적용으로 인한 임금 감소를 감내하지 않았다.
대중교통사업은 수익자부담 원칙으로 돌아가지만 기사들은 이를 견딜 수 없었고, 이와 맞물려 적자노선 조정과 비용절감 노력을 하지 않았던 버스업계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52시간제 도입 후 버스업계에 준공영제 평균임금을 적용할 경우 전국적으로 연간 1조3433억원의 추가비용이 든다.
이는 인건비만을 고려한 계산이고, 운영비와 연료비 등 고정비를 더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부산 사상구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주차장에 시외버스들이 멈춰있다./사진=연합뉴스
이번 대란에서 지역별로 합의한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임금 인상·정년 연장·추가인력 확충·복지기금 및 준공영제 확대를 비롯해 버스요금 인상이 꼽힌다.
추가비용 전부 정부 보조금이나 요금 인상분으로 충당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자치단체 파산제도가 없어 국세로 지원하든 지방세로 지원하든 납세자인 국민의 부담은 동일하다.
버스업계와 마찬가지로 주52시간제 특례 적용을 받지 못한 택시·화물차·관광버스 등 다른 운수업계도 향후 이번 선례를 따라갈 우려도 크다.
또한 오는 7월 유예기간이 끝나고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본격 시행되면, 준공영제가 아닌 버스업체의 경우 현재 68시간까지 가능한 근로가 52시간으로 줄어들어 대규모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300인 이상 버스사업장의 전체 운전자 1만2256명 중 적게는 18%에서 많게는 32%까지 추가로 채용해야 하지만, 곳에 따라 다음달부터 임단협에 들어가 노사 갈등이 첨예하게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