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미·중 무역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연초 수출이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정부 전망과는 반대로 ‘수출 부진-내수 위축’이란 내우외환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한국 수출은 8개월 연속 두자릿수 감소율을 보이며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도 경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와 더불어 일본 정부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라는 돌발 변수도 발생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의 압박으로부터 암울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산업계 못지 않게 안보가 처한 현실도 녹록지 않다. 북한이 최근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추가 발사도 전망돼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5일 한국무역협회와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올해 수출 전망치는 올 수출 목표인 6000억달러에 못 미치는 5000억달러로 예상된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미·중 무역분쟁 확전, 일본 규제 등으로 앞으로의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은 8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이후 최장 기간이다.
20대 주력품목 중에서 반도체(-28.1%), 휴대폰 등 무선통신기기(-30.1%), 석유화학(-12.4%), 철강(-21.7%), 디스플레이(-18.3%) 등 13개 품목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이는 등 전방위적으로 수출이 뒷걸음치고 있다.
미국이 오는 9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 3000억달러에 대해 추가로 관세 10%를 또 부과하겠다고 나서며 한국 수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연초 정부가 내세웠던 ‘수출 상저하고’ 계획도 사실상 철회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주요 교역국인 한국이 수출하는 물품들은 가공을 통해 미국으로 향하는 비중이 크다. 미국 내 최종수요를 위한 수출이 많은 만큼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부터 한국 역시 타격을 받게 된다.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 수출품 중 반도체 등 중간재 비중은 79%에 이를 정도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미·중간 ‘관세 장벽’으로 중국의 대미국 수출 규모는 줄어들며 중국으로의 수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과 미국 사이의 교역(수출입)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2710억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중국산 제품 수입은 12.4%, 중국시장으로의 미국산 제품 수출은 19% 줄었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관세의 직접적 영향뿐만 아니라 기업 투자 위축, 실질소비 둔화와 같은 간접적 영향을 감안할 경우 무역의존도가 높은 주력품목 수출에 대한 타격은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철강 사례처럼 중국 수출 막았더니 한국으로 우회해서 미국으로 수출된다는 메시지가 미국 등 주변국으로 알려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키로 하면서 미·중간 무역 전쟁으로 시름 하던 국내 산업계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일본의 각의 결정으로 오는 28일부터 전략물자 중 비민감 품목 857개에 대한 수출심사가 까다로워지면 신성장 산업인 전기차 등 제조업으로도 피해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차량·항공기, 방직 섬유 등 48개 품목의 대일 수입의존도는 90%가 넘고 공작·정밀 기계의 일본산 부품은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지난 달 25일과 31일에 이어 지난 2일 단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높아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 군 당국이 이날부터 오는 20일까지 '19-2 동맹' 연합위기관리연습(CPX)에 돌입하는 가운데 북한은 이에 대한 반발로 연습기간 중 추가로 미사일 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일본 규제의 경우 정부가 관제민족주의를 선동하며 일본과 대결구도로 가려고 하는데 이 경우 관계회복은 물론 경제는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금수조치가 아닌 만큼 우리 정부가 일본과 얼마나 타협적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한일간 동맹관계가 악화되는 등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내수활성화를 위해 기업이 제조업 등에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등 대전환을 하기 전까지는 경기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