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한국전력공사 이사회가 28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비공개로 열린 가운데 전기요금 개편안이 공식 안건에 빠지면서 의문을 낳고 있다.
이날 이사회에 상정된 것은 '2019년 3분기 감사 결과 보고' 등 보고 안건 1건 및 의결안건 7건 등으로, 앞서 한전이 '전기요금 개편안을 이달 말까지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에 정부 인가를 얻겠다'고 공시한 것과 대조적인 행보라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다만 김종갑 사장이 지난 6일 '국제전력기술엑스포'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 이사회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말한 것처럼 내부 논의는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이 전기요금 개편안 마련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대립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에너지전환 정책이 지속되는 한 회사의 실적이 나빠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들어야 하지만, 이에 따른 국민들의 원성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전이 뉴욕 증시에도 이름을 올린 상장사이지만 '국민에게 질 좋은 전기를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취지로 활동하는 공기업의 특성에도 어긋난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꼽힌다.
6월11일 한전 소액주주들이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에서 김종갑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반대로 개편이 늦어진다면 주주들의 성토가 높아질 공산이 크다. 이미 한전 주주들은 회사를 상대로 법적대응을 추진하고 있으며, 공청회에서 김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전이 올 3분기 1조2392억원의 흑자를 시현하면서 3분기 연속 이어진 적자행진을 끊었으나,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00억원 감소한 3107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3분기가 여름철 에어컨 가동에 따라 수익성이 급등하는 시즌으로 꼽힌다는 점도 언급된다. 지난해 분기별 한전 실적을 보면 3분기 영업이익이 1조3952억원으로 집계됐으나, 나머지 분기 모두 적자를 내면서 연간 기준 208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밀어붙이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원전 이용률 1%포인트 감소시 한전은 1900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으며, 정부 및 친재생에너지진영의 주장과는 달리 국내 태양광발전의 경제성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의 향후 실적에 대해 어두운 전망이 빗발치고 있으며, 김 사장도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폐지와 재생에너지 할인 등 전기요금 특례 할인 중단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민간기업 사장 출신 인사를 수장으로 맞았으나, 공기업 입장에서 주무부처와 각을 세우는 것은 녹록치 않을 것"이라면서도 "'콩 보다 두부값이 싸다'는 발언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