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은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정부의 인사개입은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금융당국수장이 신한금융 조용병회장의 연임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조회장의 채용비리문제로 재판중인 것에 대해 법률적 리스크가 있다며 그의 연임에 제동을 거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우려를 신한금융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전달키로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민간금융사 최고경영자 선임이 지배구조법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되는지 지켜보는 것은 당국의 의무라고 했다. 은위원장은 완곡어법을 구사했지만, 사실상 조회장의 연임에 대해 불가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금융당국의 관치압박은 연초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 대한 퇴진압력의 판박이다. 역시 채용비리문제를 들어 함행장에게 옷을 벗으라고 직간접적으로 통보했다. 금융당국에 의해 미운털이 박힌 김정태 회장의 3연임에 반대했던 당국의 불만이 함행장에게 불똥이 번졌다. 금융당국은 하나은행에 대한 고강도조사를 벌였다. 서슬퍼런 금융당국의 압박에 밀려 함행장은 결국 부회장으로 물러나야 했다.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 선임문제는 주주들과 이사진이 결정할 문제다. 금융당국이 감놔라 배놔라 할 사안이 아니다. 하나은행은 국내외 수십만의 주주들을 갖고 있다. 주주들의 의견을 무시한채 금융당국이 회장선임문제에 대해 간섭하는 것은 과거 개발독재시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금융당국이 아직도 민간금융지주사의 회장 인선을 좌우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갑질금융행정의 전형이다. 구시대적인 완장행정이다. 퇴행적인 관치간섭은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신한금융지주 차기회장 선임을 둘러싼 금융당국의 인사개입과 관치가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 민간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 선임문제는 주주와 이사회의 자율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신한금융 차기회장은 회추위에서 투명하게 추대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인사개입보다는 금융계의 삼성전자가 부상하도록 금융경쟁력강화에 주력해야 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하나은행과 신한금융지주 최고경영자 인사개입만이 아니다. IBK은행장과 금융투자협회장 인선에도 금융당국이 낙하산인사를 보내려 하고 있다. IBK행장은 최근 내부출신이 행장으로 선임되는 등 자율경영의 관행을 정착시켜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금융당국이 차관급인사를 내려보내려 하면서 IBK직원들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회장의 채용비리 재판은 아직 예단을 할 수 없다. 신한금융지주의 내부규범에는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된 사람은 회장 행장 등에 선임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회장은 현재 신입사원 부정채용과 관련해 업무방해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1심판결은 내년 1월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까지 재판을 거쳐 형이 확정되려면 아직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조회장에 대해 벌써부터 이를 예단해서 연임을 막으려는 것은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견지한다는 헌법을 위배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나친 인사개입을 중단해야 한다.
관치압박의 유혹을 이제 과감하게 끊어야 한다. 은행의 삼성전자가 나오려면 금융당국이 손과 발을 참아야 한다. 한국금융당국처럼 은행 증권 보험 카드사등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시시콜콜 간섭하는 나라는 없다. 인사개입은 기본이고, 예대금리, 카드수수료까지 개입한다. 정책금리강요도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금융산업의 자율성은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에 투자한 대부분의 외국금융회사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와 압박 관치금융에 대해 질려서 보따리를 싸고 있다. 관치금융이 횡행하는 나라에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올 수 없다. 연목구어에 불과하다. 한국의 금융경쟁력은 수년전 80위권으로 아프리카 후진국에도 못미친다는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도 있었다. 우간다등에도 뒤진다는 것이다.
신한금융지주 조회장 연임문제는 주주와 이사진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회추위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관치금융의 음습한 구태가 재현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금융경쟁력강화방안에 몰두해야 한다.
왜 한국의 금융경쟁력이 아프리카수준으로 추락했는지 깊이 반성부터 해야 한다. 왜 세계10대 경제대국에 걸맞는 10위권 금융회사가 나오지 못하는지 회개부터 해야 한다. 그 시작은 금융자율성 제고와 자율경영 강화에 있다. 시대착오적 관치금융을 반복하면 글로벌 금융회사 도약은 불가능하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