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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고기 탓이라고…청와대 하명 의혹 법대로 수사하라

2019-12-03 17:10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유재수 감찰 무마, 울산시장 선거 개입,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과 관련 3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른바 '친문농단 게이트 3대 의혹이다. 하나같이 문재인 대통령 측근 연루설이 나돈다.

문재인 정권은 출범과 동시 검찰을 앞세워 적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문 정권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 등 모두 110명의 전직 고위 공직자를 사법 처리했다. 이들이 받은 형량만 130년이 넘는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국정농단'을 심판했던 문재인 정부가 심상치 않다. 드루킹 사건, 버닝썬 사건, 조국 사태,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울산시장 하명수사 사건 등 권력 실세들의 비리의혹이 잇달아 불거지고 있다. 사실이라면 전전 정권까지 탈탈 털어대더니 실상은 그보다 더한 적폐 정권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다.

하나 같이 국기를 흔들고 국정 농단을 넘어 민주주의 기본 가치까지 흔들만한 사안들이다. 이 모든 일들에 문재인 대통령의 오른팔 왼팔이라 불리는 최측근들이 연루되어 있다. 구심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됐다. 조국 민정수석, 백원우 민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울산시장 하명수사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지난 1일 검찰 조사를 앞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출신 수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산하의 이른바 '백원우 별동대'에서 근무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조문, 유족을 위로한 뒤 접객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의 죽음을 놓고 청와대와 여권은 검찰 탓을 하고 있다. 여당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별건 수사가 낳은 비극이라고 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민정비서관실 업무와 관련된 과도한 오해와 억측이 고인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진 게 아닌지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권 개입 의혹 당사자인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공권력 남용"이라며 검찰을 비판한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도 납득하기도 어렵다. 청와대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에 간 것에 대해 "고래 고기 사건 때문에 간 것"이라고 강변한다. 선거 공작 피해 당사자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민정비서관실 업무가 대통령 친·인척 관리인데, 고래가 대통령 친·인척이냐"고 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당시 고래 고기 사건을 두고 검경이 서로 다투는 상황을 조율하고자 울산에 간 것"이라고 했다. 울산 고래고기 사건은 2016년 4월 경찰이 범죄 증거물로 압수한 40억 상당의 고래고기를 검찰이 일부만 폐기하고 유통업자에게 돌려준 것에서 발단이 됐다. 이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은 아직도 공방중이다.

이런 사건으로 베테랑 수사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비상식적이고 비논리적이다. 고작 직접적인 관련성도 없는 고래 고기 때문에 극단적 선택이라니, 그 말을 믿을 사람이 있을까. 수사관이 남긴 메모에는 '검찰총장께 미안하다'고 했다. 고래고기 사건이라면 이런 말을 남길 이유도 극단적 선택을 할 이유도 없다.

조국 일가족의 비리사건에 이어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의 뇌물 및 감찰 무마 의혹,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구심은 법치를 흔들고 있다. 공정가 정의는 고사하고 사적 욕망을 위해 국민의 주권행사를 방해했다.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한 행위다. 그런데도 궤변을 늘어놓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민생보다 정쟁을 앞세우고 국민보다 당리당략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정치가 정상 정치를 도태시켰다"고 했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이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언급하며 "신남방 정책이 본궤도에 안착했다"고 자찬했다.

대통령의 시간은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울산시장 선거 개입과 유재수 전 부산경제부시장에 대한 권력 비호 의혹으로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애꿎은 베테랑 수사관만 잃었다. 국민 지금 듣고 싶은 것은 지금 신남방 정책이나 특정인의 책 홍보 따위가 아니다.

선거 공작과 권력의 비리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청와대에 근무했던 수사관의 자살에 대해서조차 침묵했다. 여전히 남 탓과 자찬만 늘어놓았다. 정권 차원의 의혹이 불거지면 늘 이런 식이다. 모른 척 하거나 일단 부인하거나 아니면 거짓말이다.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나 언론에 대해서는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인다. 조국 사태 때 너무나 많이 봐 왔던 빤한 모습이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구현된다. 청와대가 하명 수사로 선거에 개입했다면 민주주의의 기본 틀과 국가의 기틀을 뿌리째 흔드는 일이다. 검찰을 압박할 게 아니라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해야 한다. 그리고 문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한 점 의혹 없이 해명을 해야 한다. 그게 무거운 짐 지고 떠난 사람에 대한 남겨진 자들의 예의다.

[미디어펜=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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