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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게임' 배우들 열연 속 강렬한 첫방, 하지만 내용이 너무 비현실적인데…

2020-01-16 11:28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미디어펜=석명 기자] '머니게임'이 강렬한 첫 등장을 알렸다. 배우들의 연기는 불꽃 튀었고, 드라마에서 경제를(그것도 미시경제가 아닌 거시경제를) 주 소재로 다룬 것도 신선했다. 인물간 갈등 구조를 처음부터 전면에 부각시켜 시선몰이에도 성공한 듯하다. 하지만 너무 비현실적인 내용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15일 tvN 새 수목드라마 '머니게임'(연출 김상호, 극본 이영미)이 첫 선을 보였다.

대한민국 금융과 경제를 쥐락펴락할 경제관료 채이헌(고수 분)-허재(이성민 분), 행정고시를 통과해 이제 막 경제관료의 첫 발을 내디딘 신임사무관 이혜준(심은경 분) 등 드라마를 이끌어갈 주역들의 모습과 이력이 속도감 있게 그려졌다. 

정인은행의 부실 사태를 두고 뜨거운 공방이 펼쳐지고 있는 국회 금융위 국정감사 현장으로 시작된 드라마는 많은 것들을 보여줬다.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 과장인 채이헌이 국회의원들의 질문 압박에 정부 정책에 반하는 소신(정인은행을 매각해야 한다는)을 밝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수장인 금융위원장의 해임을 불렀다. 그리고 야심가인 것처럼 보이는 금융위 부위원장 허재가 후임 위원장으로 내정이 되고, 허재는 채이헌을 자기 사람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알고 봤더니 채이헌의 아버지는 경제학계의 거목이자 경제정책과 정부 인사를 좌지우지할 힘을 지닌 채병학 교수(정동환 분)다. 채이헌은 아버지와 의견충돌로 서로 소원한 관계. 채병학은 경제를 보는 신념이 다른 허재의 위원장 임명을 반대해 청와대에 직보를 하려 한다. 허재는 채병학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채병학은 그를 만나주지도 않았다. 허재는 산행에 나선 채병학을 따라가 심한 말다툼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채병학을 밀어 절벽 아래로 떨어트린다.

사진=tvN '머니게임' 포스터



흥미진진하고 충격적인 얘기가 이어졌지만, 과연 현실성이 있는 얘기일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금융위원장이 국정감사를 받는 자리에서 과장급인 채이헌이 소신 발언을 하고, 그로 인해 위원장이 해임된다. 그런데도 과장은 아무런 불이익도 당하지 않은 채 후임 위원장 내정자의 편이 된다?

금융위원장에 오를 정도로 엘리트 관료인 허재가 순간적인 감정 자제를 못하고 사람을 죽인다는 설정도 놀랍기만 하다. 고도의 두뇌싸움으로 상대의 피를 말려 죽음에 이를 지경으로까지 만든다는 보통의 드라마적인 설정이 작가나 연출진은 너무 평범해서 싫었던 것일까. 허재를 물리적인 힘을 행사한 살인자로 만들어 거대 악의 축을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이혜준을 통해 보여준 '흙수저 출세기'도 뭔가 개운찮다. IMF 시절 금융 피해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아버지를 어린 시절 보고 자란 그는 고모의 손에 크면서도 각고의 노력으로 행정고시를 3위로 통과해 고위 공무원이 됐다. 하지만 상고와 비명문대를 졸업한 그는 학벌주의가 만연한 경제관료 조직에 들어가자마자 '왕따'를 당할 조짐을 보인다.

앞으로 이혜준이 어떤 고초를 겪으며 개인적 아픔을 딛고 사회적 정의를 구현해 나갈지가 드라마의 또 하나 관전 포인트가 되겠지만…

비록 학연, 지연 등이 이 사회에 팽배해 있는 구태요 악습인 것은 사실이라고 해도 드라마에서 보여준 것처럼 그렇게 사람을 앞에 두고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시대는 아니다. 입사 시험에서 블라인드 테스트가 의무화되고, 법적으로 학벌 등의 제한은 이미 철폐됐다. 오히려 학벌주의 등은 이전보다 더욱 은밀히 벌어지고 있는데(조국 사태에서 확인한 바 있지 않은가), 이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의 처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너무 뻔하고 억지스런 설정을 많이 끼워넣었다.

IMF로 대표되는 경제 위기를 겪었고, 또 현재 한국 경제는 큰 위기에 처해 있다. '경제' 말만 들어도 화들짝 놀라는 서민들이다. 서민들이 즐겨 보는 TV 드라마에서 나라의 경제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위치의 고위 공직자가 사람이나 절벽에서 밀어 죽이는 살인자가 되는 모습을 보는 것. 결코 마음 편하지만은 않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지만, 시대를 반영한 내용을 다루면서 치열한 현실적 고민 없이 흥미 요소만 좇는 것같아 '머니게임'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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