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병화 기자]분양시장이 아사(餓死) 직전이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서다. 건설사들이 당초 계획한 분양일정 대다수가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올해 예정된 전국 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은 지난해 대비 약 3만 가구가 증가한 37만 가구에 달하지만 공급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분양 물량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전국에 1만9134가구(26개 단지)가 분양될 예정이었지만 1만558가구(15개 단지)만 분양됐다. 일반 분양 기준으로는 1만5465가구 중 7812가구가 공급됐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의 통계다.
재개발, 재건축 공급 물량도 감소할 전망이다. 둔촌주공, 개포주공1단지, 흑석3구역, 수색 6·7구역, 신반포13차 등은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이 끝나는 4월까지 분양에 나서야 하지만 의사결정을 위한 총회 개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회관, 체육관, 회의실 등 특정 장소에 많은 사람이 모여야 하는 조합원 총회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그나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인기 지역에서는 일정대로 분양에 나서기도 하지만 견본주택은 사이버 모델하우스로 대체되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 인파가 몰리는 견본주택 특성상 오픈에 제한이 따르고 있는 것이다.
분양이 연기되고 견본주택이 문을 열지 않으면서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분양시장은 1월에도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청약시스템을 이관하는 작업으로 ‘올스톱’된 바 있다. 1월부터 장기간 개점휴업 상태 이어지면서 분양대행사 등 관련 업체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회사는 월급 주기도 급급하고 직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21일 문을 연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 견본주택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방문객들이 모형도를 살피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쌍용건설
문제는 분양시장 위축이 주택시장 전반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신규 주택 공급과 거래가 감소하면 공인중개업을 비롯해 인테리어업, 가구업, 이사업 등 연관 건설 산업의 불황도 불가피하다.
실제로 건설업 체감경기 지수는 두 달 연속 하락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3.2포인트 하락한 68.9를 기록하며 70선 밑으로 하락했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양시장과 주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규제완화가 절실하다.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을 내놓았다. 양도소득세 한시적 면제, 분양권 전매 허용, 재당첨 제한 폐지 등 전방위적 규제완화는 가시적인 효과로 이어졌고 건설경기는 다시 호황을 맞았다.
현 정부는 연일 주택시장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투기와의 전쟁’이라고 치켜세우며 열아홉 차례 대책을 쏟아냈다.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이념에는 공감한다. 규제의 필요성도 인정한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변수가 발생했다. 누구도 예상 못했던 코로나19 재난사태에 건설경기가 휘청거리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허리가 꺾일 위기이다.
나라가 있어야 전쟁도 의미가 있다. 투기와의 전쟁, 임시 휴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디어펜=김병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