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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탈원전에 주저앉은 두산중, 대주주에 책임전가?

2020-03-30 14:29 | 나광호 기자 | n0430@naver.com

신고리 원전 3·4호기/사진=한국수력원자력


[미디어펜=나광호 기자]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기관이 두산중공업에 최대 1조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하기로 한 가운데 이동걸 산은 회장이 "경영정상화가 안될 경우 대주주에게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적절한 표현인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자회사인 두산건설을 살리기 위해 10년간 2조원 가량을 투입했으나 전력수급기본계획이 7차에서 8차로 바뀌는 과정에서 신규 원전 6기와 석탄화력발전소 6기 등이 무더기로 취소된 탓에 2년 만에 10조원 가량의 수주가 증발하고 관련 투자비용이 매몰된 것에 비하면 정부의 자금지원은 세 발의 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중 원전 프로젝트 취소로 증발한 금액은 7~8조원으로, 경영 정상화의 첨병을 물거품으로 만든 정부가 이를 달성하지 못할시 질타한다는 것은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만든다.

정부는 원전 수출 및 해체 산업 육성 등으로 밸류체인을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탈원전 정책을 지속하면서 동유럽·중동 원전 수출을 노리는 것도 모순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원전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이같은 정책을 펼치는 와중에 해외에서는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이 높다고 선전하는 것은 신뢰성이 떨어지는 행태이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 협력사들이 탈원전 이후 일감의 61%를 잃었으며, 두산중공업의 구조조정 및 협력사 도산 등 원전산업 밸류체인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진하는 세일즈의 실효성도 의문이 든다.

수출이 가능한 지역이 있는지 여부도 의심을 받고 있다. 사우디는 국제유가 '치킨게임'의 영향으로 재정난이 심화되고 있으며, 한국전력공사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된 바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불가리아 벨레네원전 전략적투자자(SI) 숏리스트에 포함됐으나, 이 원전은 투자금 유치 실패를 이유로 건설 재개와 중단을 오가고 있다.

나광호 미디어펜 산업부 기자

산업통상자원부는 두산중공업이 최근 수년간 석탄화력발전 발주 등 발전시장 침체에 직면했고, 세계적으로 에너지전환이 추진되면서 지멘스,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전통에너지 중심의 해외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은 이미 수년째 가스터빈·풍력·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오히려 정부의 재생에너지 추진계획이 늦어지면서 신성장동력 분야의 매출발생이 지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석탄화력 신규 프로젝트가 감소한 것은 중국과 인도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늘린 영향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은 2006년부터 2016년까지 가시적인 변화가 없었다.

실제로 두산중공업은 2016년과 2017년 인도네시아에서 복합화력발전 공사 수주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발루3 화력발전소, 자와 9·10호기 화력발전소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베트남에서도 반퐁1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계약을 맺는 등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개에 달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이 지역에서 성과를 창출해 왔다.

정부는 일부 시민단체 등의 발언을 빌어 원전과 석탄화력을 사양산업이라고 낙인 찍기에 급급할 때가 아니라 급격한 정책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회사의 경영진과 협력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라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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