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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13억 달러" 방위비 액수 이례적 공개 여론전 압박

2020-05-08 15:44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이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에서 한국에 연간 13억 달러(약 1조5900억원)를 요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한미가 2018년 제10차 협정에서 합의한 1조389억원에서 약 50% 오른 규모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정부가 제시한 금액으로 알려진 ‘13% 인상’과 여전히 간극이 커서 합의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7일(현지시간) 한국언론의 질문에 “한국정부에 연간 13억 달러 수준의 분담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이 더 많은 분담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 않았던 미국이 이례적으로 수치를 확인하면서 방위비 증액 압박을 더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또 방위비분담금과 관련해 “한국이 상당한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말해 여론전에 나선 모양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와 접견한 자리에서 방위비분담금 문제를 꺼냈으며, “우리가 다른 나라들을 지켜주려고 한다면 그들 역시 분담금을 냄으로써 우리를 존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에도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이 많은 돈을 내기로 했다고 주장했고, 이를 우리정부가 반박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잇따라 방위비분담금 문제에서 앞서나가는 발언을 내놓는 것을 볼 때 대선 국면에서 이 문제를 성과로 내세우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특히 미국이 처음으로 밝힌 ‘13억 달러’는 지난 3월 말 한미 방위비협상대표단이 마련한 잠정 합의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한 이후 미국 쪽이 다시 조정해 내놓은 제안인 셈이다. 앞서 4월1일 주한미군 한국인근로자 무급휴직 시작일을 앞두고 양쪽 대표단은 13% 인상안에 잠정 합의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한국정부가 제시했다는 방위비분담금 ‘13% 인상’은 기존 1조389억원에서 약 1350억원을 올린 것으로 총액은 약 1조1740억원이다. 미국이 제안하는 13억 달러는 이보다 약 4170억원 더 많다.

정부는 6일에도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진행되고 있으며, 아직 합의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13억 달러는 미국이 당초 요구한 금액인 50억 달러보다 대폭 낮아진 것이 사실이어서 한국정부에 또 다른 차원의 압박이 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13억 달러에 대해 “최종 제안”이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너무 많이 내렸다. 한국정부는 아무 것도 안했다”며 불만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임스 앤더슨 국방부 정책담당 부차관 지명자도 상원 인준청문회 서면답변을 통해 “한국에 더 크고 좀 더 공평한 비용 분담을 짊어지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방위비협상을 하면서 요구액을 대폭 올리는 협상술을 구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10차 협정 때에도 미국측은 10억 달러 선을 요구하다가 그해 12월 돌연 12억50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로 요구액을 높인 적이 있다.

따라서 미국이 제시한 13억 달러는 당초 50억달러 요구액보다 많이 내려간 것이 사실이지만 정부가 수용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가 잠정 합의한 13% 인상도 과거 협상에 비춰볼 때 이례적으로 높은 인상률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전년 대비 13% 인상안에 대해 “그 금액이 우리로서는 가능한 최고 수준의 액수”라고 못을 박았다. 미국이 유연성을 발휘했다고 말했지만 “우리 역시 유연성을 발휘했다”는 말도 외교부 당국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미국이 새롭게 제안한 13억달러는 한미 간 협상이라고 할 만큼 의미 있는 의견교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일방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여 한미 간 방위비 협상 교착 국면은 미국의 11월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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