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된 가운데 법적·경제적·산업적 측면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 자문기구인 총괄분과위원회는 지난 8일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년마다 수립하는 15년 단위 장기 전력공급계획으로, 이번 계획은 올해부터 2034년까지 전력 수요 전망 및 전력설비 확충 방안 등을 포함한다.
8차 수급계획이 2017년 12월 공표됐기 때문에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15조에 따라 지난해 말에는 9차 수급계획이 나왔어야 하지만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초안이 발표된 것이다.
이번 초안은 탈원전·탈석탄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유승훈 총괄분과위원장(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원전의 점진적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정책적 틀을 유지하면서 석탄 발전의 보다 과감한 감축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유승훈 총괄분과위원장이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워킹그룹 주요 논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올해 전원별 설비비중을 보면 액화천연가스(LNG)가 32.3%로 가장 높고, 석탄화력(27.1%)·원전(19.2%)·재생에너지(15.1%) 등이 뒤를 잇는다.
하지만 이번 초안이 확정될 경우 2030년에는 재생에너지(33.1%)의 비중이 가장 높아진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보다 10% 포인트 이상 많은 수치다. LNG는 32.6%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석탄은 18.7%, 원전은 11.7%로 줄어든다.
2034년엔 재생에너지(40.0%), LNG(31.0%), 석탄(14.9%), 원전(9.9%)로 변화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원전은 2024년 26기까지 확대됐다가 17기로 줄어들고, 30기의 석탄발전소는 문을 닫거나 LNG발전소로 바뀐다. 그러나 발전량 비중으로는 2034년에도 원전과 석탄이 52.5%를 차지하는 등 절반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두고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는 △전력 공급안정성 불안 △국민경제 부담 △국부 유출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사업법 제3조 제2항에는 전기설비의 경제성이 환경·안전 영향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적혀있으나, 이번 초안은 이같은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파했다.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로 높이는 8차 계획으로도 전기요금이 현행 대비 23% 이상 높아지는데 9차 계획은 이를 가속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초안에 전기요금 인상 요인에 대한 분석이 없다는 점에서 부담 규모를 산정하고 국민에게 제시,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4차 산업혁명 진전으로 전기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수 있음에도 최대 전력수요를 낙관적으로 예측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로 8차 기본계획 수립 후 7개월 만에(2018년 7월) 예측치를 5GW나 넘기면서 수급 불안 문제가 제기된 바 있으며, 올 1월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의 경우 1~2분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동안 수십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교협은 "탈원전에 따른 한국전력공사 적자 누증, LNG 수입액 증가, 수요관리 부실 문제 등에 대한 평가 및 시정노력이 전무한 초안"이라며 "일본의 사례로 볼때 가스발전 증가로 LNG 수입량이 늘어나면 무역수지 악화의 주범이 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