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본이 올해 발간한 ‘외교청서’에서 한국에 대해 3년만에 다시 “중요한 이웃”이라고 표현하는 대신 독도, 위안부 문제에 더해 지소미아 문제를 포함시키면서 “일방적인 종료 통보”라고 명시했다.
일본 외무성은 19일 공개한 2020년판 외교청서에 “한국이 부정적인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어 한일관계에 엄중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강제징용 피해자 지칭) 문제에서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지 않고 있는 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의 일방적 종료 통보 ▲위안부 문제 관련 ‘화해치유재단’ 해산 ▲한국 국회의원 등의 다케시마 상륙 및 군사훈련 ▲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에 관한 ‘비건설적’인 문제 제기 등을 나열했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일본이 새로 외교청서를 내면서 독도와 위안부라는 해묵은 갈등에 더해 강제징용 배상판결, 지소미아 문제까지 제기하면서 한일관계는 더욱 난맥상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20일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 집무실에 한반도 지도가 걸린 사진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사진은 그가 트위터에 올린 것으로 공교롭게도 고노 방위상 뒤에 욱일기가 세워져 있다. 또 그의 집무실에 전세계 각국의 지도가 다 걸려있는 것이 아니므로 방위상이 유독 한반도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일본 총리의 안내를 받으며 2019년 12월2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 세기성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입장하고 있다./청와대
특히 전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하자마자 한국과 일본은 서로 무비자 입국 중지에 돌입해 일본의 수출규제에 이어 인적규제까지 겹쳐있는 상황이다.
한국이 코로나19 대응에 성공하면서 K방역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과 100차례 전화통화를 하는 동안에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통화 요청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국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과는 각각 두차례씩 통화했다.
한국과 중국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기업인들의 필수적인 경제활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입국절차를 간소화하는 ‘패스트 트랙’을 신설하는데 합의하는 동안에도 일본과 한국은 서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나마 일본이 지난해 고노 다로 외무상 때 나온 외교청서에 ‘이웃나라와의 관계 강화’라고만 했던 것을 이번에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으로 바뀌면서 ‘중요한 이웃나라’로 명시한 것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은 2017년 외교청서에서는 한국에 대해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했다가 2018년과 2019년에는 외교청서에서 한국이란 단어를 아예 뺐다. 그랬다가 올해 ”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번에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과 관계 개선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24일 15개월만에 어렵사리 성사됐던 한일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징용판결에 정부가 관여 못한다고 입장을 고수한 이후 양국이 해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우리정부는 일본에 대해 수출규제 문제에 대해 이달 안에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은 이에 대해서도 외교청서에서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무역 관리를 위해 수출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 수출규제 조치 이후 한국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발표했다가 효력을 정지한 것과 관련해서는 “한국정부가 현재의 지역안보를 고려해 이런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본 외교청서가 공개되자 외교부는 소마 히로히사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독도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항의하고, 시정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는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사법적 판단을 존중하고,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게 하면서 한일관계도 고려하는 세가지 핵심을 다 아우를 수 있는 해법을 위해 일본과 협의해왔다”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외교청서에 한국에 대한 표현을 다시 명시한 것을 볼 때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주 한일 간 유선으로 열렸던 외교부 한일 국장급협의에서도 일본의 입장 변화가 없었던 점을 볼 때 여전히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워보인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