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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정부, 제주항공발 근로자 인질극 해결하라"

2020-07-17 09:03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지난달 29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소재 이스타항공 경영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원들./사진=박규빈 기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입장문을 내고 정부 당국 차원의 제주항공-이스타항공 M&A를 매듭지어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17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전날 제주항공 경영진은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고 불과 다섯 문장의 보도자료를 내며 딜클로징 최종 결정을 또 다시 미뤘다"며 "딜 클로징이 마무리 돼 고용불안과 임금체불이 해결되고 운항이 재개되기를 손꼽아 기다린 이스타항공 근로자들로서는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차라리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이스타항공에서 손을 떼라는 분개의 목소리가 흘러나올 정도"라고도 했다.

조종사 노조는 "제주항공 경영진의 발표는 비양심과 무책임의 극치이고, 자본의 냉혹성과 악랄함을 보여줄 뿐"이라며 "보도자료에 인수·매각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을 고통과 절망 속으로 빠뜨려 놓고도 대책은 커녕 사과 한마디 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오히려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기약 없이 최종결정을 미루며 한층 더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고 있을 뿐"이라고 부연했다.

노조는 "계속해서 임금체불을 누적시키고 파산의 위협을 강화하면 더 많은 노동자들이 절망해 이스타항공을 떠날 것이고, 자연스럽게 원했던 인력감축이 완수될 것"이라며 "파산의 위협을 강화할수록 체불임금 등 미지급금을 더 많이 후려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1600 이스타항공 근로자들의 고용을 빌미로 경영권을 독점해 더 많은 정부 지원금을 타낼 수 있을 것"이라며 "설령 이 모든 계획이 실패하더라도 이스타항공을 파산시켜 저비용항공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제주항공 경영진으로선 이스타항공 근로자들의 생사는 고려하지 않고 시간을 끌며 버티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제주항공 경영진은 코로나를 이유로 사실상 구조조정-인력감축을 지휘하며 이스타항공의 400여명, 이스타포트의 300여명 등 대략 1000여명의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몬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인력감축에만 몰두하며 고용유지지원금도 신청하지 않고 5개월째 1600명의 임금을 체불한 책임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며 국내선 운항의 기회를 박탈해 이스타항공에 끼친 손해액도 엄청난 규모"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 외에도 "제주항공 경영진의 이 모든 책임들에도 불구하고, 이스타항공 근로자들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고통분담을 자청했다"면서도 "희망퇴직·임금삭감·체불임금 반납 등 거듭된 고통분담 선언에도 불구하고 돌아온 대답은 또다시 최종결정 연기"라고 언급했다. 노조는 "1600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인질 삼아 마른수건 쥐어짜듯 잇속을 챙기겠다는 것"이라면서도 "이스타항공 근로자들을 절망으로 내몰아 자포자기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며, 더 큰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조는 정부 당국에 대한 책임도 거론했다. 노조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코로나사태 하에서 고용 안전망을 주요 과제로 삼겠다고 외쳐왔고, 막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주항공 경영진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짓밟으며 사태를 파국으로 내몰 때까지 방치한 문재인 정부와 여당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날선 비판을 이어 갔다.

이들은 "열흘 뒤면 6개월째 1600명의 임금이 체불될 것"이라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아무런 대책 없이 내내 매각협상만 바라보고 있었다"고 비관했다. 또 "당국이 1000여명의 노동자들이 강제·반강제로 쫓겨난 것에 대해 실태파악조차 하지 않았다"며 "항공사를 공익 사업장으로 지정해 파업 시에도 50~80%의 운항을 지속하도록 강요하고도 이유 없는 전면운항중단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말도 나왔다.

임금체불 진정과 관련, 노조는 "'처벌이 필요한 게 아니라 해결이 필요' ,'노조가 일부 체불임금의 포기선언을 해줘서 고맙다'는 답변 앞에서는 노동법과 고용노동청의 존재 이유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항공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대해 노조는 "항공사의 운수권 배분 등 막대한 권한을 갖고도 3개월째 책임 떠넘기기 공방이 계속되고 사태가 이 지경으로 악화되도록 방치했다"며 "뒤늦게 중재에 나섰지만, 제주항공 경영진은 정부를 비웃듯 또 다시 최종 결정을 뒤로 미루는 한심한 일이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노조는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근로자들을 농락하며 짓밟고, 정부와 여당마저 우리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할 지라도 우리는 끝까지 투쟁해 소박하고 정당한 일터를 지킬 것"이라며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와 함께 민주노총과 함께 불의에 맞서 당당히 투쟁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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