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스타항공 로고./사진=각 사 제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내 항공업계 인수·합병(M&A)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줄줄이 노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들이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재실사 요구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이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M&A 무산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도 무산된 가운데 상호 소송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전경./사진=HDC현대산업개발 제공
현산은 2조5000억원에 달했던 아시아나항공 M&A 계약금 2500억원을 납입한 상태다. 하지만 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우리의 재실사 요구를 묵살하며 계약 해제와 위약금 몰취를 예고하는 내용증명 문서를 보냈다"며 "때문에 당사의 재실사 제안은 계약금 반환 요구 명분 쌓기로 매도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호산업의 계열사 간 부당거래 의혹 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그대로 진행 할 수는 없다"고 발표했다.
금호산업은 "주식매매계약(SPA) 이래 아시아나항공은 경영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수개월 간 현산 측의 인수실사·PMI 등 모든 협조 요구에 응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현산은 불합리하게 동의를 거부할 수 없는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데 무작정 자신들의 동의 없이 행한 것을 계약 위반 구실로 삼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금호산업은 현산이 빠른 시일 내 계약 사항 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 지체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금호산업은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탓에 빚어진 실적 부진은 계약 해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현산과 금호산업 간 감정 싸움이 법정 공방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법정 다툼의 여지는 제주항공-이스타항공 M&A에서도 드러난다.
이스타항공은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문제를 해결했고, SPA상 의무는 아니나 제주항공이 요구한 미지급금 해소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고 표명했다.
이스타항공은 "SPA 위반·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제주항공에 있다"며 "1500여명의 임직원과 회사의 생존을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인수 협상 시한일까지도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과 임금 체불문제를 해소하지 못했고 그 외 여러 선행 조건을 해결하지 않았다"는 뜻을 밝혔다.
또 "코로나로 인한 모든 피해는 '중대한 부정적 영향'으로 당사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만 있을 뿐"이라고도 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로 생겨난 피해까지 책임지기로 한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며 지난달 7일 사실상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의사를 밝혔다.
제주항공은 경영지원 대여금 100억원과 인수 계약금 119억5000만원 등 총 220여억원을 이스타홀딩스·이스타항공 측에 납입해둔 상태다. 제주항공은 경영지원금·계약금 반환을, 이스타항공은 경영개입과 구조조정 관련해 상호 고소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