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코로나19의 전세계적 유행으로 글로벌 항공업계가 사상 초유의 경영난을 겪는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2분기 흑자 기록에 성공했다. 두 항공사가 화물 운송에 집중해 '깜짝 실적'을 낼 수 있었고, 항공 화물 시장 전망도 호조세를 보여 하반기 실적도 기대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너지는 글로벌 항공업계…줄 잇는 회사 통합론·국영화·파산·법정관리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일본 양대이자 전세계 각각 5·8위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은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2분기 2300억엔(한화 약 2조2621억원)의 적자를 냈다. 양 사 분기 기준 사상 최악의 실적이다. 일본 정부 일각과 금융시장에서는 ANA와 JAL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코로나19로 무너지는 항공사는 이들 뿐만이 아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250억유로(한화 약 33조8157억원)를 들여 알리탈리아에 구제 금융책을 발표했고 이 과정에서 국영항공사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 외 터키 항공사 아틀라스 글로벌(2월)·영국 LCC 플라이비(3월)·노르웨이 LCC 노르웨이지안 항공(4월)·타이항공(5월) 등도 파산의 길을 걷고 법정관리를 면치 못하게 됐다.
미국 아메리칸항공·유나이티드항공·델타항공·사우스웨스트항공 로고./사진=각 사
M&A를 거듭해와 경영 상태가 가장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미국 항공업계도 마찬가지다. 2분기 아메리칸항공 21억달러(한화 약 2조4895억원), 유나이티드항공 16억달러(한화 약 1조8968억원), 델타항공 57억달러(한화 약 6조7573억원), 사우스웨스트항공 9억1500만달러(한화 약 1조847억원) 등의 손실이 났다.
이와 같이 글로벌 항공업계 2분기 실적이 경착륙을 하는 사이 국적 양대 항공사들은 오히려 호실적을 보여 'K-항공'의 저력이 나타났다는 평이다.
보잉 787-9기 앞에서 걷고 있는 대한항공 승무원들./사진=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대한항공, 경영난 속 흑자 기록…"조원태, 리스크 관리 능력 입증"
국내 항공업계 맏형 대한항공도 코로나로 인해 창사 이래 최악의 경영난에 봉착했고, 서울 종로구 송현동 호텔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유휴 자산과 기내식·기내 면세점 사업부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0년 대한항공 2분기 실적./자료=대한항공
그런 가운데 대한항공은 지난 7일 2분기 매출 1조6909억원·영업이익 1485억원·당기순이익 1624억원 등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객 수요가 코로나 탓에 44% 줄었지만 물기 가동률 확대와 여객기를 통한 화물 수송 등 화물기 공급 극대화로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화물 부문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94.6%(5960억원) 늘어난 1조225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비 약 95% 늘어난 수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이와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는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자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역발상 전략이 통한 덕이며, 위기 관리 능력이 검증됐다는 게 항공업계 중론이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3월 임원 회의에서 "유휴 여객기 화물칸을 활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자"며 "공급선을 다양화 해 각종 비용 절감에 나서자"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조 회장은 항공 화물 사업부의 가치를 높이 사 대형 화물기단 축소를 최소화 하기도 했다.
임직원들의 헌신도 한 몫 했다. 대한항공은 경영난 타개 차원에서 인력 70% 휴직 계획을 알렸고, 상당수의 직원들이 휴업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회사의 비용절감 노력에 힘을 보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회사 전체 구성원들이 원팀(One Team)으로 뭉쳐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낼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아시아나항공 A350 여객기./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M&A·국유화 언급 속 'OZ의 마법'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2분기 매출액 8186억원·영업이익 1151억원·당기순이익 1162억원 등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2020년 2분기 아시아나항공 실적./자료=아시아나항공
전년동기 대비 화물 부문 매출이 95% 증가하고 영업비용은 56% 감소했다. 그 결과 전년 대비 영업이익 2221억원, 당기순이익 1739억원 증가하며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전분기 영업손실 2082억원·당기순손실 5490억원을 내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화물기에 수출 화물이 실리고 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여객기 운항 감소로 늘어난 화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화물기 스케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화물기 전세편을 적극 편성한 덕분이라는 게 아시아나항공 관계자 전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기 화물칸을 활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벨리 카고(Belly Cargo)' 영업도 확대해 전체 노선에서 화물부문의 매출이 증가했다.
특히 화물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주·유럽 노선과 같은 장거리 노선에서 전년동기 대비 2배 이상의 매출이 늘었다.
격납고 내에서 정비 작업을 받고 있는 A350 여객기./사진=아시아나항공
이 외에도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엔지니어와 해외 교민 수송 전세기 유치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또한 공항에 장기 주기된 항공기가 증가함에 따라 중정비 조기 수행을 통해 정비 항공기 수량을 늘리고, 외주 정비를 자체 정비로 전환해 비용을 절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이번 실적은 전세계 항공업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위기에서 이뤄낸 쾌거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와 M&A가 진행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모든 임직원들이 자구안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준 덕분에 예상 밖의 좋은 실적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모두 화물 운송에 집중하는 역발상 덕에 살아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와 관련 하반기에도 항공 화물 시장의 전망이 밝다는 게 증권가 예상이다.
안진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긴급방역물품 수송 수요 감소로 인해 항공 화물 운임은 점진적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4분기 화물 성수기 시즌이 찾아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화물 공급 부족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항공 화물 매출은 견조한 실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