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프로야구 KBO리그에 새 역사가 만들어진다. 제9 구단 NC 다이노스가 창단 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10월 22일 현재 81승 52패 4무(승률 0.609)를 기록 중인 NC는 7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2위 LG 트윈스에 5게임 차, 3위 kt 위즈에 5.5게임 차로 앞서 있는 NC는 앞으로 1승만 더 거두면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 짓는다. 잔여 경기에서 NC가 7전 전패를 당하고, LG 또는 kt가 전승을 해야 순위가 뒤집힌다. NC의 우승은 확정적이다.
2011년 제9 구단으로 창단한 NC는 2군리그 참가 후 2013년부터 1군리그에 정식으로 뛰어들었다. 그로부터 8시즌만에, 이제는 10개 팀으로 늘어난(제10 구단 kt 위즈 2015시즌부터 참가) KBO리그에서 최강자의 위치로 올라선 것이다.
물론 NC는 정규시즌 우승을 하더라도 진정한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시리즈까지 통합 우승을 해야 하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고 있다.
그렇다 해도 NC의 정규시즌 우승은 KBO리그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 하나가 세워지는 것은 분명하다.
1군리그 참가 8년만에 우승하는 NC는 분명 축하 받아 마땅하고 우승 경쟁을 벌인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살 것이다. 그런데 특히 부러워할 팀이 있다. 바로 프로야구 원년 멤버이자 지역 라이벌(?)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한국시리즈에서 두 차례(1984년, 1992년) 우승하긴 했지만 정규시즌 우승은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전·후기로 나눠 치러진 1984년 후반기 우승을 했으나 시즌 전체 승률은 6개팀 중 4위밖에 안됐다. 1992년에도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했다.
NC는 창단 때부터 롯데와 악연이 있다. NC가 경남 창원시를 연고지로 창단 신청을 했을 때 가장 반대했던 기존 팀이 바로 롯데였다. 롯데는 부산·경남 지역을 연고지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안방 일부를 NC에 떼줘야 하는 입장에서 '아우 팀'의 등장이 반가울 리 없었다. 프로야구의 외연 확대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당시 롯데 사장은 "준비 안된 신생 구단이 리그에 합류할 경우 프로야구가 질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롯데가 우려했던, NC의 KBO리그 합류로 인한 '질적 하락'은 한마디로 '기우'였다.
NC는 1군리그 데뷔 시즌부터 7위에 올라 돌풍을 예고하더니, 2년차인 2014시즌엔 무려 3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4년 연속 포스트시즌 단골 멤버가 됐고, 2016시즌엔 정규시즌 2위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8년엔 창단 감독으로 팀을 일찍 정상급 반열에 올려놓은 김경문 감독의 시즌 도중 경질 파동 끝에 최하위로 추락했다. 하지만 빠르게 팀 분위기를 수습해 지난해 5위로 포스트시즌 턱걸이를 했고, 올해는 대망의 정규시즌 첫 우승과 두 번째 한국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두게 됐다.
반면 롯데는 NC의 1군리그 참가 후 올해까지 8시즌에서 5번이나 NC보다 순위가 아래였다. 8시즌 동안 상대 전적에서 롯데는 50승 2무 74패로 NC에 한참 밀렸다. 2016시즌에는 NC가 15승 1패로 롯데를 압도해 창단 때 당했던 '무시'를 혹독하게 되갚기도 했다. 롯데는 올 시즌에도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돼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막내뻘 구단인 NC 다이노스는 어떻게 이렇게 빨리 강해졌을까.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원년 멤버인 롯데 자이언츠는 왜 NC를 부러워하는 신세가 됐을까.
그 이유를 한두 가지로 단정해 말하기는 어렵다. NC는 창단 당시 신생팀에 대한 혜택으로 좋은 선수를 한꺼번에 많이 모았다. 두산과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지내며 명장으로 인정받은 김경문 감독을 초대 감독으로 영입해 빨리 팀 체제를 정비했다. 필요하다 싶으면 거액을 들여 선수 영입을 했고, 젊은 선수들도 빨리 성장시켰다.
이런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식적인 이유들이다. 원년 멤버인 롯데도 모를 리 없는 이유들이다. 하지만 받아든 결과는 달랐다.
NC 다이노스의 구단주는 김택진(53)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다. 2011년 NC를 창단할 때만 해도 40대 중반의 젊은 구단주였다.
김택진 구단주는 다른 프로야구단 구단주들과 달리 대중적으로 친숙하다. 자사 게임 광고에 직접 출연한 때문이다.
2017년 광고를 통해 '택진이형'은 유명해졌다. 김택진 대표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옆 좌석의 다른 손님들이 자신의 이름을 대면서 게임 얘기를 늘어놓는다. 그러다 게임이 뜻대로 안되자 '김택진 XXX"라고 욕을 한다. 김택진 대표는 섬찟 놀라면서도 경청을 한다. 또 다른 광고에서는 야구장에서 야구 관람을 하면서 휴대폰 게임을 하던 학생이 옆 좌석에 앉아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고 게임하는 사람의 높은 레벨을 보고 화들짝 놀라면서 "누구세요? (게임)BJ세요?"라고 물어본다. 김택진 대표는 작은 소리로 "TJ"라고 답한다.
뜬금없이 김택진 대표의 광고 출연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게임 회사 대표로서 실생활 현장에 나가 유저들과 직접 접촉하며 소통하는 모습. 프로야구단 구단주로서 현장(선수단 및 프런트)을 대하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업계 최고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했을 것이다. 개선을 점을 찾아내고,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투자를 하고, 인재를 널리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 기업이든 프로야구단이든 성공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들이다.
회사 대표이면서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는 광고에 직접 출연해 '탈권위적' 모습을 보여준 것도 신선했다. 게임업계나 프로야구단이나 시시각각으로 환경이 변하고 수시로 온갖 문제점들이 돌출할 수 있다.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고, 좋은 아이디어를 수용해 업그레이드를 시키고, 문제가 생기면 개선점과 해격책을 찾아내고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 보다 덜 권위적인 조직 문화가 이런 대처에는 능할 수밖에 없다.
2015년 시즌 후 FA 박석민을 역대 야수 최고 대우(총액 96억원)로 영입하고, 2018년 시즌 후 FA 포수 양의지를 포수 최고 대우이자 해외리그를 거치지 않은 선수로는 역대 최고 대우(총액 125억원)로 영입한 구단이 NC 다이노스였다. 모두 깜짝 놀랄 FA 영입이었다. 다른 팀들 역시 대어 FA를 잡기 위해 거액을 투자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쓸 때 쓰는' NC의 투자는 최상의 결과로 돌아왔다.
매년 새로운 경쟁을 펼쳐야 하는 프로 스포츠 세계다. 2020시즌 NC의 성공이 부러운 팀이라면, 왜 성공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사실은, 2017년 무렵 김택진 대표가 TV 광고에 허당끼 있는 모습으로 등장했을 때부터 알아봐야 했다.
NC 다이노스가 다른 형님 팀들 하는 것처럼 따라 했다면 이렇게 짧은 기간에 리그 정상의 팀으로 발돋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롯데뿐 아니라 다른 팀들도, 프로야구단뿐 아니라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다른 분야에서도, '택진이형'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