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하며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져 삼성생명법에 따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대거 처분하게 된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당 박용진·이용우 의원은 지난 6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삼성생명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상당수 매각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어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린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취득한 계약사의 지분보유액을 취득 당시 가격에서 공정가액(시가)으로 바꾸자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다른 금융사의 지분평가는 시가로 하고 있지만 보험사만 취득가로 평가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8.51%(보통주 기준, 특별계정 제외), 삼성화재는 1.49%를 소유하고 있다.
취득 당시인 1980년에는 1주당 1072원에 불과했지만 현재 시가 5만9000원으로 크게 올랐기 때문에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생명은 약 29조원, 삼성화재는 3조원 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박 의원은 보험사의 총자산 중 1개 기업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향후 금융시장에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박 의원은 지난 7월 29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삼성생명이 향후 우리 경제 위기의 슈퍼전파자가 될 것"이라며 "삼성생명의 총 자산 중 주식 보유가 14%에 달하고, 다른 보험사는 0.7% 수준으로 삼성생명은 보유한 주식에 충격이 오면 다른 보험사보다 20배 이상의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당국 수장 역시 해당 주장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금은 삼성이든 어떤 금융회사가 자기 자산을 한 회사에 몰빵을 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IFRS17에서는 보험업법의 부채도 2023년부터는 시가로 하라고 권고하고 있고 저희도 따를 것"이라고 답했다.
삼성생명법은 19대와 20대 국회에 이어 3수를 이어오며 통과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 21대 국회에선 176석을 지닌 '거대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으로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해당 법안 통과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크게 삼성물산에서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고 있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IT계열사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회사가 수직계열화 돼 있는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직접 지분율은 5.8%에 불과하지만, 삼성생명 8.51%와 삼성물산 5.01% 지분을 통해 강력한 지배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국회 정무위 소위에 계류 중인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의 영향력이 줄어들게 되고, 결국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에 경영권을 행사하던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도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생명보험업계도 삼성생명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생명보험협회는 삼성생명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냈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보험사에 대주주나 계열사 등에 대한 투자 한도를 별도로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며 그나마 일본은 자회사와 관련회사 주식은 투자 한도 계산 때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초우량 자산으로 보험 가입자에게 큰 이익이 되고 있다"며 "해당 법안 통과 후 발생할 결과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