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우리나라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나서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상 및 조율 단계에 있는 가운데 비교적 늦은 물량 확보로 실제 접종 시기가 내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코백스 퍼실리티(백신 균등 공급을 위한 다국가 연합체)를 제외하고 선구매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선구매로 확보한 물량은 아직 없지만 지속적으로 협상을 이어나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임박한 주요 제약사로는 모더나,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존슨 등이 있다.
현재 정부가 계획 중인 물량은 한국 총 인구 수인 5177만명 중 60%가 접종할 수 있는 3000만명분이다. 정부는 이를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명, 나머지 2000만명분은 글로벌 제약사와 협상을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다음주 초 코로나19 백신 물량 확보 현황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다국적 제약사와의 거래에서 상호비밀유지 조건이 따르는 경우가 많아 선구매로 확보한 물량 또는 진행 상황 등 간략한 정보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국가 중 한국 백신 확보 물량은 '0'
정부는 당초 지난달 말 물량 확보와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그 시점이 지연되고 있는 눈치다. 이 때문에 한국이 백신 쟁탈전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도 그럴게 선구매를 통해 물량을 대거 확보해둔 국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 듀크대 글로벌보건혁신센터에 따르면 캐나다는 이미 선구매를 통해 인구 1인당 10.9회를 접종할 수 있는 4억1400만회분을 확보했다. 미국 역시 인구 1인당 백신 7.9회분을 확보했으며, 영국(7.5회분), 호주(5.3회분), 칠레(4.4회분), 일본(2.3회분), 베트남(1.5회분)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지난달 20일을 기준으로 한다.
이에 반해 한국 정부는 구매 대상이 아직 임상시험 중인 백신이기 때문에 안정성과 효과를 따져 신중하게 협상을 진행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백신 계약과 도입이 늦어지는 만큼 백신 접종 시기 역시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는 "한국의 백신 접종 시기는 빨라야 내년 하반기일 것이다"며 "반면 이미 백신 물량을 확보한 미국과 유럽은 백신이 승인되고 내년 상반기부터 접종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가 확보한 예산으로 글로벌 제약사가 제시한 백신 가격을 맞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해외에서 백신 구매를 위해 확보한 내년 예산은 1700억원이며, 이 중 절반인 850억원은 이미 코백스 퍼실리티에 납부했다. 따라서 나머지 금액인 850억원으로 2000만명분 물량을 구해야하는데, 모더나의 경우 최소 7000억원이 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최소 880억원이 필요하다.
이에 여당에서는 내년 예산에 코로나19 백신 4400만명분 비용을 포함한 1조3000억원을 반영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예산 확보를 위해 예산안 항목 조정을 할지, 국채 발행으로 할지는 여야가 논의 중이다.
백신 접종 우선 순위는 '의료인·취약계층'
세계보건기구(WHO)가 마련한 백신 접종 시나리오에 따르면 백신의 접종 순위는 현재의 감염병 사망률을 낮추는데 얼만큼 크게 기여하는가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의료·안보·치안 등 국가 필수 기능을 유지하는 사람이 우선순위에 들며, 감염에 취약한 환자나 사회 취약계층에게도 우선권이 주어진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의료인이 1순위이며 이어 노약자 그리고 장애인, 빈민 등으로 확대되어 간다.
한국도 WHO의 지침에 따라 사망률을 낮추고 국가 필수 기능 유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우선 접종 순위를 둘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흐름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역시 의료인에게 먼저 백신을 접종해야한고 보고 있다. 캐나다는 기저 질환자와 고령자, 중증 질환자 등에게 백신을 먼저 배분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총 11개 우선순위 공급 지침을 마련했다. 요양원 거주 고령자와 직원이 가장 1순위이며 뒤이어 80세 이상 고령자와 의료 종사자 순이다. 일본은 기저 질환이 있는 고령자에게 먼저 백신을 공급할 계획이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