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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싱가포르 합의 계승 주장, 현실적인가

2020-12-10 15:52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김소정 외교안보팀장

[미디어펜=김소정 외교안보팀장]“북미 대화는 있었으나 협상은 없었다.” 작년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우리 외교당국에서 나온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총평인 셈이다. 협상은 상대가 서로 주고받을 것을 정하는 것인데 실질적으로 합의된 게 없으니 진정한 의미의 협상은 없었다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018년 1차 북미정상회담 결과물인 6.12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에 맞춘 북한의 무력도발을 방지하자는 차원으로 논리를 펼친다. 반면 여권에선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정부에 시간이 없으니 서둘러야 한다는 속내가 비친다.

북한이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 그래왔듯이 무력시위를 벌여 주목을 끌려고 할 수도 있으니 일단 도발을 차단시키고, 신속하게 대화 테이블에 끌어들이기에 좋은 방법이라 여기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9일 “트럼프 정부와 이뤄낸 소중한 성과가 차기 정부로 잘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에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에게 이런 당부를 했으며, 비건 부장관도 기자들 앞에서 “저희를 따라오는 사람들을 위한 기초를 함께 설정할 것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며 같은 의지를 피력했다. 

모 전문가는 싱가포르 합의에 대해 적대국가가 관계 개선을 하기 위한 아주 기초적인 4개의 기둥을 세운 것일 뿐이니 계승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설파했다. 사실 싱가포르 합의문은 현장 발표 전날 이미 북한 노동신문에 게재된 사실도 있다. 그만큼 북한의 요구 사항이 잘 반영됐을 것이다.

이같이 정부의 의지가 북한의 바람과 일치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 계승 주장을 받아들일지 여부에 달렸다. 아주 긍정적으로 전망해볼 때, 만약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일정한 목표를 설정하고 북미대화를 추진할 경우 공화당의 발목잡기에 대비하기 위해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뉴스1 조 바이든 당선인 트위터


바이든 행정부로서도 과거 6자회담과 같은 다자회담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풀기보단 양자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이왕 북미대화를 추진한다면 싱가포르 합의 시점에서부터 협상을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 

과거 6자회담 결과 9.19 공동성명 만드는 데만 2년 6개월이 걸렸으니 바이든 행정부가 또다시 이처럼 지난한 방식을 택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나 여당에서 단지 신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싱가포르 합의 계승을 주장하고 있다면 그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중재자, 촉진자로 나서 만들어낸 싱가포르 합의는 ‘핵동결’도 명시하지 못한 실패한 협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차기 정부가 북핵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서 협상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최선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미국은 자신들에게 가장 적합한 정책을 만들 것이다. 지금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정부와 여권이 제시해야 할 것은 현실적인 어제다가 되어야 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2018년 싱가포르 합의 당일 “모호한 약속만 받고 동맹을 약화할 수 있다는 신호까지 보냈다”고 혹평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 모호한 네가지 기둥이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의 근간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지난 협상 결과에 대한 반성을 담아 ‘핵동결 우선 조치’나 ‘북한 비핵화 개념 확정’ 등이 우선 목표로 제시되어야 한다. 그동안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해선 ‘공동의 목표’라거나 ‘노력’ 등 소극적인 입장만 밝혀왔다. 새 협상이 시작된다면 간과해선 안될 대목으로 비핵화가 가장 마지막 단계에 놓일지라도 그 개념과 목표 자체는 우선적으로 확실하게 설정돼야 한다. 

문 대통령이 최근 의지를 담아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도 이런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와 연계해 제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북한과 협상에 나설지 고심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물론 북한에도 태도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문재인정부가 또다시 북미대화의 촉진자를 자처하려면 북한과 미국이 각각 따르지 않으면 안될 엄격한 불변의 잣대 정도는 한가지씩이라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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