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예산은 '재정계획'으로, 국가가 당면한 문제점을 어떤 목표와 전략을 가지고 어떤 사업을 통해 극복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종합재정계획이어야 하고, 국회의 예산안 심의도 이 같은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심사와 각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가 거시적 관리와 미시적 심사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예산심의 과정을 개편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회의 예산안 심의는 그렇지 못하고,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으로, 근본적 문제가 수두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제출하는 예산안부터 종합적인 재정계획이나 일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어, 정부가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떤 목표와 전략이 있는지 같은 구체적 계획을 파악할 수 없다.
종합적이고 일관적인 메시지와 재정계획을 전달할 수 있는 예산안 마련이 우선 필요하다는 것.
예산안 심의과정도 국가적 목표 설정은 옳은지, 당면한 문제점에 대한 정부의 분석은 타당한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전략과 사업은 적절한지, 나아가 다양한 사업들에 대한 재원 배분은 효과적인지 점검하는 것이, 예산 심의과정의 핵심이 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 국회의 예산 심의는 이같은 것보다는 세부사업들에 대한 '미시적 심사'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심사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심사를 통해 이뤄지고,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와 비슷하게 미시적인 심사를 반복, 중복 심사가 이뤄지고 비효율성이 심화된다.
상임위는 소관 정부부처 예산안을 미시적으로 개별 심사하고, 예결위는 '거시적 관점'에서 전체적인 조율과 재검토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아울러 예결위는 거시적 예산 결정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논의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는 정부에 비해 국회의 예산정보가 턱없이 부족하고, 재정 총량을 규제할 수 있는 구속력 있는 기준도 없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류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부교수는 "우리 국회도 정부 같은 '하향식 의사결정 방식을 도입, 거시적 관리와 미시적 심사가 조화를 이루는 예산 심의과정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면서 "면저 국회에서 독자적으로 재정 총량과 분야별 재원배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대부분의 예산정보를 행정부가 독점하고 국회도 정부의 예산정보에 의존, 독립적인 예산심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류 교수는 이와 관련, 국회예산정책처(이하 예정처)의 역할 강화와 독립성 제고를 주문했다.
특히 예정처가 작성한 정보가 국회의 예산심의와 정책마련에 실제적으로 구현되게 하는, 구속력 있는 제도가 없어, 중요한 정보들이 보고서 차원에서 끝나고 만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예정처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면서도, 국회의 예산심의를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역할 조정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헸다.
이어 예결위의 본래 취지 및 역할을 강화, 재정총량 고려와 거시적 의사결정 기능을 수행하고 세부적.미시적 심사는 상임위에 맡기는 '역할분담'이 중요하다고, 그는 촉구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