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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프리즘] 갑의 횡포를 욕하는 당신, 댓글도 갑질입니다

2015-01-09 17:02 | 김연주 기자 | office@mediapen.com

최근 우리사회의 핵심 키워드는 ‘갑의 횡포’다. 있는 자와 없는 자를 나누고, 이를 주종관계와 연계시키는 비정상적인 틀은 사회적으로 지탄받으면서도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사례는 가까운데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땅콩봉지 하나로 비행기를 회항시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주차를 잘못 해놓고 직원의 행동이 마뜩치 않다며 무릎을 꿇린 백화점 모녀, 수습사원에게 2주간 정직원과 같은 노동강도의 영업을 시키고는 11명 모두를 내쫓은 위메프까지. 올 들어 하루도 쉬지않고 갑의 횡포는 인터넷을 장악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를 맹렬하게 공격한다. ‘욕 먹을 짓을 했으니 욕해도 된다’는 식이다. 인터넷 기사 댓글은 물론 불특정 다수와 소통할 수 있는 SNS가 급성장하면서 비난의 강도는 점차 심해지고 있다. 사실확인을 거치지 않은 이야기도 순식간에 ‘비난받을 사건’으로 둔갑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상의 비판은 갈수록 잔인하게 변질되고 있다.

명확한 사실구분이 가능한 사건과 달리 연예계의 사건사고는 끝까지 사실관계가 불투명한 부분이 많다. 또 사건사고에 휘말린 적 있는 연예인들은 자신과 관련된 이슈만 등장하면 불편한 과거가 튀어나와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많다. 인터넷 연예매체가 늘어나고 댓글과 SNS가 확대되면서 맹목적인 비난은 더욱 거침없어졌다.

   
▲ 5일 결혼을 발표한 배우 김무열, 윤승아 커플. / 사진=프레인TPC

최근 이슈로 떠오른 연예계 사건사고에 비쳐보면 문제는 더욱 두드러진다. 1일 불거진 배우 이정재와 임세령 대상그룹 상무의 열애설은 부동산 투자사업, 옛 애인, 이혼, 재력 등으로 이슈가 번졌다. 이정재 소속사가 ‘최근 조심스럽게 만나기 시작했다’고 인정한 뒤에는 화살이 임 상무가 입은 의류에 집중됐다. 인터넷 상에는 그녀가 수천만원에 달하는 의상을 입었다는 글과 기사가 퍼졌지만,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일 배우 김무열과 윤승아가 결혼 소식을 발표했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결혼소식, 연애사는 물론 혐의를 벗은 2012년 김무열의 병역문제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당시 정상적으로 병역면제를 받았으나 ‘대중 앞에 떳떳해지겠다’며 자진 입대해 병역을 마쳤다. 결혼을 발표한 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이 이슈가 되는건 반갑지 않은 선물이다.

9일에는 전 쥬얼리 멤버였던 조민아의 베이커리가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쥬얼리가 14년 만에 해체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하루만이었다. 예전 멤버들의 근황이 보도되던 중 조민아의 베이커리가 위생상태, 비싼 가격, 상품의 디자인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민아는 즉시 블로그를 통해 의혹 해명에 나섰지만, 이조차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위 사례처럼 최근 연예관련 이슈에는 늘 악플과 자극적인 기사가 따라붙는다. ‘논란’이란 제목은 기자가 붙이지만, 키우는건 일부 네티즌이다. 수천개에 이르는 비슷비슷한 기사와 댓글 사이에서 주목받으려면 더 민감하고 더 자극적이어야만 한다.

   
▲ 전 쥬얼리 멤버 조민아는 자신이 운영하는 베이커리가 논란에 휩싸이며 해명글을 올려야 했다. / 사진=조민아 블로그

댓글도 시간이 갈수록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극단적인 네티즌에게 ‘베플’은 자신의 지위를 상승시키는 유일한 수단이다. 때문에 댓글에 매달리는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신공격에 집중한다. ‘남이 하니까 나도 괜찮겠지’ 하는 만연한 생각도 악플 양산의 한 축을 담당한다.

어느새 대중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를 공격하는데 익숙해져가고 있다. 한 스타 배우는 인터뷰에서 “악플을 보는건 불 꺼진 방에서 여러 사람에게 폭행당하는 것과 같다. 언제 어디서 누가 때릴지 모르고, 알고 맞는 것보다 더 아프다”고 말했다.

배우 김혜자는 “책을 통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대중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총보다 무서운 펜으로 특정 대상을 때리고 있다. 몸의 상처는 치료하면 낫지만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어느새 모두가 마녀사냥의 재판관이 되어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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