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최종 의결한 과징금 규모는 약 2130억 원으로, 전년대비 약 280% 증가한 수치로 급증한 가운데,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그 역할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공정거래실천모임은 지난달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법, 약관법, 가맹사업법, 전자상거래법 등을 토대로 ‘2020년 공정거래법 위반을 많이 한 기업집단 및 기업’을 선정했다.
공정거래실천모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거래관련법 위반 횟수가 가장 많은 기업집단은 ▲금호아시아나 13건 ▲미래에셋 12건 ▲한진 10건 ▲CJ 10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기업으로는 ▲(주)한진 10건 ▲(주)CJ대한통운 9건 등이 꼽혔다.
또한, 과징금 부과를 가장 많이 받은 기업집단은 ▲SPC 647억 원 ▲롯데 465억 원 ▲금호아시아나 321억 원 순이며, 기업으로는 ▲(주)롯데쇼핑 433억 원 ▲(주)SPC삼립 291억 원 ▲(주)파리크라상 252억 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 중 금호아시아나(박삼구 전 회장)와 SPC(허영인 회장)는 총수가 고발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한진 19회, 대림은 12회로 최근 3년 연속으로 시정조치를 많이 받은 기업집단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기업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하겠다며 ‘갑질 근절’이라는 표어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구태를 근절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조사결과다.
업계 일각에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이 대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금호아시아나와 SPC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제재를 받았으며, 하도급업체에 ‘선시공, 후계약’을 강요한 현대중공업과 제조원가보다 낮은 하도급 대금을 일방적으로 정해 지급한 한국조선해양 등 조선, 항공, 유통 등 한국의 주요 산업 분야 대기업들의 ‘공정하지 못한’ 구태가 적발되고 제재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올해 말부터 강화된 공정거래법 시행되면서 규제 대상과 함께 과징금이 늘어날 예정이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를 놓고 의견이 나뉘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당초 개정안에 포함된 ‘전속고발권 폐지’가 무산되면서, 현행처럼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두고,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들었다.
결국, 공정위의 책임과 권한만 늘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규제 대상 기업이 현행 210개에서 598개로 늘어나면서,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기업들이 공정위의 칼 끝에 서게 된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한 담합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10%에서 20%로,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는 3%에서 6%로, 불공정거래행위는 2%에서 4%로 각각 상향 조정되는 등, 과징금이 약 2배로 늘어나는 점도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억제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이와 함께 지난 2일 공정위가 입법 예고한, 대기업집단의 고의적인 계열사 누락 행위 신고자에게 최대 5억 원을 지급(공정위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에 한함)하는 ‘공정거래법 등 위반행위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지급 규정’ 역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