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현대자동차그룹·한화그룹·두산그룹·포스코그룹 등이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하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한진그룹도 코로나19 종식 이후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를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가 개발해온 무인기들./사진=대한항공 뉴스룸 캡처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각 부서 전문가로 구성된 UAM 사업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무인기·드론 개발 경험이 풍부한 항공우주사업본부가 주축으로 정비·관제 시스템 분야 전문가가 대거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TF는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지난해 6월 출범한 도심 항공 교통 민관협의체 'UAM 팀 코리아'의 일원이다. UAM 팀 코리아는 2025년 플라잉카 상용화를 목표로 만들어졌다. 이곳에는 대한항공 외에도 현대자동차·한화시스템·SK텔레콤 등 민간 기업들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공안전기술원 등 정부 기관, 한국항공대학교·서울대학교 등 40여곳이 참여했다.
대한항공은 자체 UAM 관리 기술 개발에 힘쓴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UAM 개발과 관련해 국토부 과제를 수행하는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는 김해 테크센터와 대전 항공기술연구원을 두고 있다"며" "수십년간 항공기를 다뤄본 경험이 있고, 무인기도 만들어보는 등 항공 역학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어 경쟁사 대비 역량은 충분하다"고 전했다.
실제 대한항공은 항공 관제 시스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항공우주사업본부는 헬리콥터 500MD를 무인화했고 드론을 제작해 육군에 공급한 실적이 있다.
하늘길을 다닐 플라잉 카 시장을 두고는 대한항공 외에도 강력한 경쟁자들이 존재한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한화그룹, 두산그룹-포스코그룹 등도 UAM 사업을 시작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등은 각 그룹 3세 경영자들이고 직접 UAM 사업을 챙긴다는 특징이 있다. 시장 선점 차원에서 방산·소재 업체 등 관련 기업과의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UAM은 흔히 플라잉카 또는 에어택시로 불린다. 이는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을 할 수 있는 소형 항공기로 신개념 이동수단으로 분류된다. 도로 교통은 극심한 혼잡도를 보이고 있어 이를 해결할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글로벌 UAM 시장 규모는 2026년 1560억달러(한화 약 175조원)에 이어 2030년 3220억달러(약 362조원), 2040년엔 1조4740억달러(약 166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연평균 성장률은 30.4% 수준이다.
국내에선 자동차·기계장비 기술과 방위산업·인공위성 기술을 각각 앞세운 현대차·한화가 UAM 시장에 진출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도심 항공 모빌리티 UAM 가상이미지./사진=HMG저널 제공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자사 비전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제시했다. UAM이 미래 현대차 사업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봐서다. 정 회장은 그룹 경영 일선에 나서기 시작해 2019년 9월 UAM 사업부를 신설했다. 이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신재원 사장을 영입해 모빌리티 기업 우버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지난해에는 1월 첫 UAM 콘셉트 'S-A1'도 론칭했다. 현대차는 연내 미국 워싱턴DC에 UAM 사업을 전담할 현지 법인도 출범할 계획이다.
한화그룹 UAM 사업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UAM 사업의 주축이며, 그룹 전체의 항공우주 관련 핵심 기술을 총망라하는 태스크포스(TF)인 '스페이스 허브'가 향배를 결정한다.
한화시스템이 'DX Korea 2020' 내 전시한 수직이착륙기 버터플라이 군용 실물모형/사진=미디어펜
한화 UAM 사업 핵심은 미국 오버에어가 보유한 원천 기술이다. 한화시스템은 작년 1월 오버에어 지분 30%를 사들였다. 오버에어는 개인 항공기(PAV) 개발 업체로 수직 이착륙기 전문 업체 '카렘에어크래프트'에서 분사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3월 회사 포스코SPS를 통해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과 용인 두산기술원에서 '수소드론 연료전지용 초극박 금속분리판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양사는 20μm(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미터) 금속분리판을 공동 개발하고, 카고드론∙도심항공교통(UAM) 등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에 선도적으로 진출하는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포스코SPS와 DMI는 이미 세계 최초로 50μm 금속분리판을 공동 개발해 드론에 탑재되는 수소연료전지 파워팩에 적용한 바 있다.
수소드론과 같은 항공 모빌리티에 사용되는 연료전지는 경량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향후 20μm 금속분리판 개발이 완료된다면 다양한 항공 모빌리티 분야 연료전지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항공업계는 대한항공이 UAM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있다. 대한항공의 기체 제작·정비 기술은 국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또한 오랜 항공기 운영 경험이 있어 이와 관련한 관제 시스템 역량도 있다. 항공 관제 시스템은 원격제어로 하늘길 교통 표준을 정립하는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까지도 코로나19 여파로 여객 수요를 상실해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UAM 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조원태 회장의 복안이다. 향후 항공기 정비(MRO) 부문은 급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대차의 강점은 자본력과 생산능력에 있다. 현대차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UAM 기체 역시 설계부터 제품 양산까지 하드웨어를 자체 개발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와 관련해서는 역량이 부족해 방산업체인 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적극 제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LIG넥스원과 KAI는 각각 항공 전자 체계와 비행체 개발·수직 이착륙 기술 노하우 등에서 강점을 보인다.
한화는 소프트웨어에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시스템은 해외 저궤도 인공위성 전문업체 지분 투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UAM 상용화 시대가 오면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5세대(5G)·6세대(6G) 이동통신 서비스가 필수"라고 전했다.
플라잉카 상용화 시점은 2025년 경으로 예상된다. 2030년부터는 관련 시장이 본격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기 상용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기체 외에도 인프라·서비스 등 생태계가 갖춰질 필요가 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