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진의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에 대해 "부동산 부분 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다"고 말하며 사실상 정책 실패를 자인했다. 그러면서 "무주택 서민, 신혼부부,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실수요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정책 보완에 시사점을 던졌다.
업계에서는 현재 당정이 무주택자와 1주택자 등 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나 보유세 등 세제상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상황에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라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청와대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4·7 재·보궐 선거 이후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재검토에 나서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와 재산세 감면 등을 논의 중이다.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올리거나 대출 규제가 적용되는 주택의 가격기준을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 등으로 조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재산세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감안해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감면 확대 범위를 기존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범위를 넓히고, 종합부동산세는 고령자나 은퇴 계층 등을 위한 공제를 확대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무주택자나 1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나 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에 청와대도 공감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당정의 제도 개선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이는 그간 계속된 부동산 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을 잡기는커녕 지방 광역시로도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런 가중된 규제 때문에 오히려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만 어렵게 됐다는 반성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맞는 방향이지만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가격이 높이 뛴 상황에서 대출을 풀어주면 대출 부담만 가중되는 꼴이란 지적이다. 또 신규 수요가 생기면서 서민들이 접근할 만한 주택의 가격도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는 것인데, 그것을 이루지 못했기에 부동산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고 그에 더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리까지 겹쳐지면서 선거를 통해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만한 그런 심판을 받았다"라고 강조하며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 있었으니 그 이후 기존 정책에 대한 재검토나 보완 노력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4년간 국정 운영상 가장 아쉬웠던 점에 대한 질문에서도 부동산 문제를 꼽았다. 그러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라고 자인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실수요자 부담 완화라는 정책 보완은 추진하되, 정책 기조 자체를 바꿀 뜻은 없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실수요자 보호,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안정 등의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라며 "정책의 기조를 지켜나가는 가운데 부동산 투기 규제 때문에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 것이 어렵게 된 것은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날로 심각해지는 자산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투기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라고 언급하며 부동산 투기수요에 대해선 지난 3년간 보였던 것처럼 강력한 규제책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그리고 2·4 대책 등 공공 주도 주택 공급 방안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 상향 조정도 언급되고 있다.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자는 내용이다. 종부세는 흔히 상위 1~2% 주택에만 부과되던 '부자세금'이지만 급격하게 오른 집값에 종부세 부과 대상자들이 폭증하면서 나온 얘기다. '2021년 공동주택 가격 공시' 자료에 따르면 공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비율은 전국 3.7%, 서울 16.0% 수준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종부세 완화 논의를 선거용 전략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