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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청년최고위원, ‘청년’은 없고 ‘들러리’만

2021-06-07 11:51 | 조성완 기자 | csw44@naver.com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서 30대·0선의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청년’에 대한 관심도 역시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청년’을 대변할 청년최고위원 경선은 관심에서 멀어진 것은 물론 ‘청년’ 자체가 배제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지난 21대 총선에서 험지 공천으로 논란의 대상이 됐던 ‘퓨처 메이커(Future maker)’처럼 또 다시 청년들을 흥행을 위한 들러리로 이용만 하고 있다는 힐난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경선을 향한 첫 번째 지적은 바로 ‘청년’의 기준이다. 청년을 나이로 구분했을 때 정치권과 일반 국민의 인식 차가 크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자료 ‘생애주기의 연령기준과 연령규범에 대한 인식’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성인 8000명을 대상으로 실사한 연구 결과, '청년'에 대해 국민들이 생각하는 연령 상한 기준은 30세 20.8%, 35세 16.8%, 29세 13.8%였다.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지난 4일 대전 서구 대전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1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35세까지의 누적 비율은 88.5%, 39세까지는 95.3%로 국민 상당수가 '35세'를 청년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지난해 제정된 청년기본법에서 청년의 정의는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으로, 인식과 법이 유사했다.

또한 청년고용촉진법상 청년 기준은 15~34세까지이며, 창업지원법상의 우대 대상인 예비청년창업자나 청년 창업자의 범위는 39세 이하다.

하지만 국민의힘 당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에는 ‘청년최고위원의 경우 선거일 기준 만 45세 미만의 당원에 한하여 피선거권이 있다’고 정해 놓았다. 국민의 상당수가 청년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35세보다 ‘10세’ 가량 높다.

7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청년최고위원 후보에는 현역인 이용 의원(1978년생), 강태린 의왕·과천 당협부위원장(1986년생), 김용태 경기 광명을 당협위원장(1990년생), 함슬옹 전 중앙청년위원회 부위원장(1988년생), 홍종기 경기 수원정 당협위원장(1978년생) 5명이 출마했다. 이 의원과 홍 위원장은 40대, 나머지 3명의 후보들은 30대다.

유독 정치권에서 ‘고무줄’이 된 ‘청년’의 기준을 두고 청년최고위원 후보들 간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30대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청년을 나이로 명확하게 나눌 수는 없다. 당별로 청년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화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40대 중반이 청년최고위원이 된다면 상식적이지 않다. 일반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40대의 이용 후보는 “당헌·당규에 명확하게 45세 미만은 누구나 후보로 등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부정이 아니다”라면서 “공정한 경쟁”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 4일 대전 서구 대전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1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두 번째 지적은 ‘기득권’으로 인한 '불공정 경쟁'이다.

이준석 돌풍의 원인을 묻는 지난 5월 28일 한길리서치 정치 현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정치권 세대교체 분위기(22.2%) △기성세대의 기득권과 꼰대문화(21.6%) △정권교체 기대(14.8%) △이준석의 소통 및 정치적 능력(13.8%) △언론(13.5%) 순으로 답했다.

즉, ‘늙은 정치’에 염증을 느낀 2030세대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기득권’과 관련해서는 이 후보도 당 대표가 된다면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일로 언급한 문제다. 

그는 지난 3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은 수많은 기득권을 타파하겠다는 것이다. 물질로 받고 공천으로 갚던 행태도 그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청년최고위원에서는 '기득권'을 가진 현역 의원의 출마 자체가 '불공정 경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직과 인지도 등 모든 면에서 유리한 현역 의원과 원외 인사 간 경쟁은 출발부터 불공정하다는 주장이다.

30대의 한 청년 당직자는 ‘미디어펜’과 만난 자리에서 “현역의원이 출마하면 사실상 게임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원외 청년 후보가 이길 가능성은 10%도 되지 않는다”면서 “사실상 지난 총선의 퓨처 메이커처럼 다른 후보들은 들러리만 서다가 끝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용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3일 오후 대구광역시 엑스코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1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특히 당 대표 후보 TV토론회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전국 생중계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청년최고위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후보 토론회는 오는 8일 딱 한 차례가 전부다. 그나마도 TV토론이 아닌 유튜브를 통해 진행된다. 조직력과 인지도를 갖춘 현역 의원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다른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비례대표라는 혜택을 당에서 받았는데, 또 청년 몫의 최고위원에 출마하는 것 자체가 당이 바라는 변화와 혁신과 맞지 않다”면서 “기득권 타파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국민들이 지지하는데, 기득권을 챙기려는 모습은 국민의 바람과 반대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김웅 의원도 “청년 최고위원을 별도로 만든 것은 청년들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조금이라도 넓혀보려 한 것이다. 현역 의원은 메이저 리그로 가야 된다”며 사실상 현역 의원의 출마를 반대했다.

이와 관련, 청년최고위원 후보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은 이용 후보는 “비례 대표는 공정한 경쟁에 따라 지원을 하고 순번을 받았다”면서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은 ‘특혜’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이었음을 재차 강조했다.

이 후보는 21대 국회 첫해에 원내부대표 등 당 지도부 경력을 내세우면서 “대선이 8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는데 당과 당원은 오늘부터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누가 정권교체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할 것인지 당원과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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