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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

2021-06-19 12:02 | 구태경 차장 | roy1129@mediapen.com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미국의 탄소중립 정책이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자국 산업 보호와 수입 억제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는 등 해외직접투자로 인한 수출 감소와 국내 일자리 창출 억제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유럽연합(EU) 등 탄소경쟁력 우위의 선진국들은 더욱 온실가스 감축에 열을 올리고, 감축 기술과 설비의 자국 내 생산을 강화해 해외로부터의 탄소 수입을 억제하면서 그 우위를 보다 높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방문, 최태원 SK회장(가운데),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영접을 받고 있다./사진=청와대



특히 미국은 신흥국 및 개발국 대비 절대적 탄소 경쟁력 우위를 활용해 탄소국경조정과 같은 기후변화대응정책을 활용하고 있다.

탄소국경조정 정책은 미국이 자국 내에 탄소세를 부과하고, 수입 제품에 대해 이러한 탄소세와 동일한 탄소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 역시 미국이 탄소 경쟁력 우위를 앞세운 대외경쟁력 강화에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역시 미국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따라 탄소국경조정 등 탄소집약적 재화에 대한 수입규제가 강화된다면, 온실가스 배출비중이 높은 1차금속, 화학, 정유 등 우리 기업들의 대미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직접투자로 전환될 산업으로는 미국의 중점전략산업인 친환경 자동차와 관련, 자동차 부품, 반도체, 2차전지 등의 제품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2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삼성전자, SK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선사한 44조 원이라는 선물 보따리에 ‘감사하다’를 연달아 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현지에 최첨단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라인 증설을 검토 중이며, 최태원 SK회장 역시 바이오 등 3대 중점 산업의 대미 투자를 확대를 통해, 미국 시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앞서 이석희 SK하이닉스 회장은 미국, 유럽 등 여러 지역에 연구개발(R&D) 집중 육성을 위한 인프라를 만드는 안을 구상을 발표했고, 실리콘 밸리에 인공지능(AI), 낸드 솔루션(NAND Solution)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R&D 센터 설립 계획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4월 17일, 미국 테네시주에 2025년까지 약 7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배터리 공장 설립을 공식 발표하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앞다퉈 대미 직접투자 방침을 세우고 있다.

김영덕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온실가스 대응정책의 변화는 탄소집약도가 높은 국내 수출기업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대미 수출 대신에 직접투자를 확대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국내서 생산해 수출하는 것이 아닌, 해외직접투자로 방향을 정한 만큼,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역량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발휘될 것”이라면서 “즉, 한국 청년들의 일자리를 미국 청년에게 뺏기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탄소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업의 의지뿐만이 아닌 정부의 정책적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의 개방적 시장 확보 및 규제 완화 등 다각적이고 전략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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