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부유출 방지 및 수출 확대 등을 위해 방위산업 소재·부품·장비 국산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잇따라 성과를 내면서 K-방산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ADD는 최근 질화갈륨(GaN) 전력증폭소자 양산공정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높은 효율로 고출력을 가능하게 만드는 특성을 보유한 반도체 부품으로, 그간 국내 기술력 부재로 해외 수입에 의존해 왔다.
이 소자는 감시정찰용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ASEA) 레이더를 비롯해 단시간 내 고강도 에너지를 발산하는 첨단무기체계에 탑재할 수 있으며, 5G 이동통신 장비를 안정적으로 가동시키는 역할도 담당한다.
고출력 질화갈륨 전력증폭소자가 적용된 반도체 기판/사진=국방과학연구소
ADD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선도형 핵심사업을 통해 기술을 확보했으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전기·전자분야 산학연과 교류협력을 지속했다고 밝혔다. ETRI는 소자의 전기적 성능을 충족하도록 소자 구조 설계기술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질화갈륨을 활용한 무선 부품은 방위사업청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9월부터 국산화를 추진하던 것으로, KF-21 보라매 등에 장착되는 레이더에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개발한 소자는 전략물자로 지정되면서 수출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등 국방 연구개발(R&D)에 제한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DD는 전차·장갑차·자주포 등 방호력이 필요한 무기체계의 방탄구조물로 사용되는 장갑용 철갑재료도 개발했으며, 합금설계기술·소재공정기술·장갑설계기술을 비롯해 방탄기능을 평가하는 시험평가기술도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고경도 장갑판재는 전량 해외 수입하던 방산물자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구를 진행한 끝에 독자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초고경도 장갑판재는 금속재에 미세조직을 적용한 슈퍼베이나이트강 보다도 열처리 시간을 100배 이상 감소, 제조기간을 절감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대형 금속재료에 나노기술을 접목, 다른 무기체계의 성능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ADD가 개발한 고경도 철강 및 초고경도 장갑판재 기술은 한국-인도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무기체계에 적용 가능한 구조물 형태별 방탄성능도 입증했다.
구체적으로는 초고경도 장갑판재에 인도에서 설계한 원형구멍이 뚫린 천공형 장갑구조물 및 모듈형 장갑구조물을 적용해 피탄 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동일한 외부 충격에도 다른 판재보다 인성·경도·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DD는 향후 고강도가 요구되는 내마모성 부품 및 구조용 부품개발에도 이번 기술을 활용, 철강재료 개발과 관련된 국내 기술력을 향상시킨다는 전략이다.
저피탐 전투기를 탐지·추적할 수 있는 표적탐지기술도 독자 개발했다. 이는 한반도 주변의 전투기를 감찰하는 광역 감시 레이더의 기반기술 뿐만 아니라 지능형 레이더 신호처리기술 및 극초음속·고기동 표적을 탐지·추적하는 미래형 레이더의 기반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저피탐기술이 적용된 전투기는 방공망에 노출되지 않아 미세하게 반사되는 전자파 신호에 대한 수신감도를 최대화하는 등 고도의 처리과정을 필요로 한다. ADD는 이를 위해 △디지털 레이더체계 설계기술 △능동위상배열을 이용한 고출력·고감도 하드웨어기술 △잡음 속 미세신호를 잡는 고성능·고속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ADD 관계자는 "이번 기술은 해외에 의존하지 않고 성능을 개량할 수 있고, 비용절감도 가능하다"면서 "미래형 레이더 연구의 자주적 기반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