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위태롭다. ‘제3지대’ 대권주자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자신이 제안했던 국민의힘과의 합당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최후통첩’으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 사실상 정치적으로 고립된 셈이다.
불과 한 달여전까지만 해도 야권의 무게추는 제1야당은 국민의힘이 아닌 ‘제3지대’로 쏠려있었다. 유력 대권주자를 세우지 못한 국민의힘과 달리 ‘제3지대’에는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등 ‘대어급’ 대권주자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최 전 원장에 이어 윤 전 총장까지 합류하면서 국민의힘은 사실상 야권의 중심 플랫폼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제3지대’에서 운신의 폭이 줄어들면서 거대 양당의 틈새를 파고들어 대권을 쥐겠다는 안 대표의 공간도 줄어들게 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6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닥터나우 본사 찾아 '코로나19를 이겨내는 청년들'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 방문 간담회'에 앞서 비대면진료를 체험하고 있다./사진=박민규 기자
안 대표의 경우 이제 남은 선택사항은 외부에서 독자 노선을 달릴 것인지, 국민의힘에 합류를 할 것인지 두 가지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쉽지 않은 길이다.
독자 노선을 달리기 위해서는 결국 지지율이 관건이다. 안 대표의 지지율은 현재 5%로 나름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지만 독자적으로 대선에 출마하기는 다소 애매하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21.4%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지율이 4분의 1로 줄어들었다.
문제는 지지율을 끌어올릴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 안 대표의 최대 무기였던 ‘새정치’는 이미 더 이상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요소가 되지 못한다. 야권의 정석인 ‘정권 교체’ 프레임은 이미 ‘반문재인’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이 핵심으로 잡아버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민의당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안 대표의 개인기가 전부였다”면서 “차기 대권이 거대 양당의 전면전 구도로 굳어져가는 현재 상황에서 안 대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지난 6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가 취임 인사차 국민의당 안철수 당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합류도 가시밭길이다.
당장 양당의 실무협상이 결렬되면서 합당 과정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진전은커녕 서로 날을 세우고 대립하면서 조만간 합당이 이뤄지기는 어려워보인다. 여기에 이 대표가 지난달 31일 "안 대표가 합당을 위해 만남을 제안한다면 언제든지 버선발로 맞을 것"이라면서도 "시한은 다음 주로 못박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백기투항’을 요구한 것이다.
합류 이후도 만만치 않다. 현재의 지지율로는 10여명의 대권주자 사이에서 ‘원 오브 뎀’으로 전락할 수 있다. 낮은 지지율과 합당 이후 취약한 당내 기반으로 경선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철근 국민의힘 당대표 정무실장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는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며 "안 대표를 보면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프고 참 안타깝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합당 또는 입당 시기를 놓쳐서 결국 서울시장에 선택받지 못하는 결과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안 대표 본인 스스로 조건 없는 합당과 더 큰 2번으로 정권교체에 헌신하겠다 한 지 벌써 5개월이 가까이 되고 있다"며 "또다시 최악의 타이밍이 되지 않길 바란다"라고 꼬집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