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1년 넘게 정유사들을 '고난의 행군'으로 몰아붙인 정제마진이 반등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8월 첫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3.2달러로, 지난해 3월 둘째주 이후 처음으로 3.0달러를 상회하는 등 6주 연속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이는 지난해 5월 첫째주와 비교하면 6달러 이상 상승한 수치로, 특히 휘발유가 이같은 현상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여름 휴가 시즌에 접어들면서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지역 내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휘발유 마진은 배럴당 13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여름 대비 2배 이상 높아졌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울산 컴플렉스·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울산공장·현대오일뱅크 VLSFO/사진=각 사
업계는 아직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갖고 있으나, 하반기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값·수송비·운영비 등을 제외한 값으로, 국내 업체들은 4~5달러를 손익분기점(BEP)으로 보고 있다.
국내외 백신 접종자가 늘어나고 영국·싱가포르·캐나다(일부 지역)를 비롯한 국가를 중심으로 방역을 완화하는 등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물시장 정제마진(5.1달러)도 올해 처음으로 5달러를 돌파하는 등 향후 수급밸런스 역시 우호적으로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항공유 수요가 여전히 저조하지만, 휘발유 재고가 낮아진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한 셈이다.
중국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정유업황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석유업체들을 대상으로 민관을 불문하고 전방위적인 수출입 규제를 시행하면서 공급량 축소를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3분기 들어 정제마진이 유의미하게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각국 산업활동 회복 및 인프라 투자로 수요가 회복되고 중국 티팟(teapot) 가동률 조정으로 아시아 지역을 둘러싼 공급부담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수급 상황도 정유사들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 미 산유국 연대체(OPEC+)이 매월 배럴당 40만배럴 늘어난다고 해도 글로벌 수요가 매월 60~70만배럴 늘어나는 등 수요 보다 공급이 타이트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글로벌 수요가 매월 60~70만배럴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는 데 따른 것으로, 글로벌 정유설비 가동률이 81%까지 올라섰음에도 수요 확대폭을 따라잡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정유설비 순증설이 주춤한 것도 업황 회복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공급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글로벌 항공업황이 회복돼야 고부가가치 항공유를 중심으로 제품 마진이 회복,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국제유가 상승에도 정제마진이 오른 것은 수급 상황이 유리하게 펼쳐지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