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이달 초 순매수세를 나타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다시 포지션을 전환한 가운데, 이들의 매도세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에 집중되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1‧2위의 두 종목이 어디까지 하락할 것인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2위인 ‘투톱’ 대장주들의 주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이날 오전 두 종목의 주가는 모두 연저점 수준에서 횡보한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8만전자’가 무너졌음은 물론 7만 7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이날 하루에만 4% 넘게 떨어져 10만원 선이 위협을 받고 있다.
하락세의 중심에는 ‘외국인’이 있다. 최근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점유율은 30% 아래로 떨어지면서 5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물경 1조 6110억원어치의 물량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이날 하루 순매도 규모는 지난 5월 12일(2조 7000억 원) 이후 2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었다. 이로써 국내 증시 전체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의 보유 주식 비중은 29.46%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16년 5월말 이후 무려 5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최근 달러마저 강세를 나타내면서 외국인들의 적극적인 ‘엑소더스’를 부추기는 양상이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1150원 선까지 상승하면서 외국인들이 ‘외국 주식’에 투자할 인센티브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들의 주된 매도 대상이 반도체주라는 점도 특징적이다. 이번 3분기 들어서만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2조 8400억원어치, SK하이닉스를 1조 8300억원어치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4분기 반도체주 업황이 전반적으로 나빠지면서 그 나비효과가 국내 증시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올해 4분기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반도체 제조사들이 수요 기업과 거래하는 가격)이 이전 분기 대비 최대 5%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하락세가 단기 재료에 의한 수급 불안정에서 그치는 일시적 흐름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전문가들의 전망 또한 밝지만은 않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SK하이닉스의 2022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14조 4000억원에서 10조 8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한다”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종에 관한 관심이 낮아져 연말 전까지 전고점 회복 수준의 유의미한 반등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금투는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 역시 16만 5000원에서 13만원으로 내렸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