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노오력을 하란 말이다, 노오력을!" 취업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소위 꼰대들이 하는 소리 같지만 정부가 국내 일부 항공사들에게 하는 말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글로벌 항공업계는 완전히 초토화 됐다가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겨우 살아나고 있다. 일부 루프트한자·탑포르투갈·알리탈리아처럼 부분 또는 전면 국영화를 통한 회생도 이뤄지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 역시 이 바람을 피할 수 없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정부발 조(兆) 단위 수혈로 통합 과정을 밟고 있고, 지분 일부에 대한 국유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정부가 대놓고 이 두 회사에만 신경을 쓴 탓인지 생존 위기를 겪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저비용 항공사(LCC)들이다.
현재 LCC들의 각종 경영 지표에는 경고등이 켜져 있다. 올 상반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부채 비율이 △제주항공 1157% △에어부산 1719% △티웨이항공 529%에 달하며, 진에어는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상기 4개 상장 LCC들의 상반기 영업손실액은 총 44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나 늘었다.
국제선 운항 중단 탓에 현금줄이 마른 LCC들은 리스 비용 등 고정비를 아끼기 위해 보유했던 기재를 줄줄이 반납하는 형편이다.
서울 김포국제공항 주기장 세워진 저비용항공사(LCC)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올해 3월 초 금융위원회는 국토교통부·한국산업은행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LCC 자금 지원을 논의했다. 실제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 안건으로 올라온 '항공 산업 코로나 위기 극복과 재도약 방안'에는 '올해 LCC들은 2000억원 가량의 자금 부족이 예상된다'는 문구가 포함됐고, 금융당국은 이만한 지원책을 만지작 거리는 듯 보였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돈줄을 쥔 금융당국은 요지부동이다. 금융위는 LCC들에게 각고의 노력을 더 해보라며 기약 없는 생색을 내고 있지만 이들은 FSC(대형 항공사)과는 사정이 다르다. 영업에 활용하는 항공기 대부분을 리스사를 통해 빌려와 자산이라고 할만한 게 없고, 순환 휴직까지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더 이상 비용 절감이 가능한 부분이 없다.
버티다 못해 영구채를 발행하고 유상증자를 한다고 해 한진칼·AK홀딩스 등 지주 회사들이 영업이익을 포기하거나 빚을 내가며 항공 자회사들의 운영 자금을 대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LCC 업계 돈줄이 말라 대주주인 지주사나 모기업이 자본 투입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이처럼 LCC들이 사경을 헤매는데도 금융위는 무얼 하고 있나. 숨 넘어가는 현장에 대한 이해와 실사도 없고, 탁상공론만 하느라 그저 지원금 희망고문을 당하는 LCC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가. 오죽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감싸고 돈다"는 푸념 섞인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 각국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며 자국 항공사 살리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항공 여객 수요 폭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당국은 양대 항공사 빅딜을 통한 국내 항공업계 재편이 우선이라고 항변하겠지만 지원에 있어 차등은 두되, 차별은 말아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LCC들에 대한 금융위의 빠른 수혈이 이뤄지길 바란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