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정부가 산업계와 기업들의 탄소중립 및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돕기 위한 정책 마련에 힘쓰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지원 법안보다 규제와 처벌을 골자로 하는 법안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행정과 입법간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학동 포스코 사장이 지난 7월 7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국회 포용국가 ESG포럼·K-ESG 얼라이언스 연석회의'에 참석해 '2050 탄소중립'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전경련 제공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이 제21대 국회 개원 이후 지난 8월까지 국회 계류 중인 법안을 국제통화기금(IMF) 분류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제21대 국회에 계류하고 있는 ESG 관련 법안이 97개, 그 중 직접 관련 있는 조항이 244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8월 기준으로 국회 계류 중인 ESG 법안은 총 97개로 E(환경)에 관련된 법안은 14개(14.4%), S(사회)는 71개(73.2%), G(지배구조)는 12개(12.4%)로 사회에 관련된 법안이 가장 많았다.
IMF ESG 분류기준./자료='Global Financial Stability Report(2020, IMF)'
전경련의 분석에 따르면, 규제신설·강화 130개(53.3%), 처벌신설·강화 66개(27.0%), 지원 18개(7.4%), 일반조항 30개(12.3%)로, 규제신설·강화가 지원의 7.2배에 달했다.
또한 규제신설·강화 조항과 처벌신설·강화 조항을 합산하면 196개로 기업에 부담을 초래하는 조항이 전체의 80.3%를 차지했는데, 이는 지원조항의 10배가 넘는다.
별제21대 국회에 계류중인 ESG 관련법안 내용별 분류./자료=국회정보시스템(08월13일기준)
이에 대해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ESG가 세계적인 트렌드여서 글로벌화된 우리 기업들도 ESG를 고려한 경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기업의 지배구조는 정답이 없으므로 획일적인 규제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와 환경 분야에서는 경직적 노동 규제 완화, 탄소저감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등 세제지원, 저탄소화 관련 기술개발(R&D)에 대한 금융지원 등 지원 정책을 강화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ESG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정부는 지난달 2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ESG 정책방향이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정책간 정합성 확보 등을 통한 정책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삼은 ‘ESG 인프라 확충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8월 26일 발표한 'ESG 인프라 확충 방안' 주요 내용./자료=산업부
정부의 이번 방안에는 ▲'K-ESG' 가이드라인 마련 및 공시 활성화 ▲중소·중견기업 ESG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컨설팅 지원 ▲정부 포상 및 재정사업 우대, 조달·금융상 혜택 제공 등 인센티브 강화 ▲ESG 채권·펀드 활성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부에서는 중소·중견 기업의 ESG 초기진입 부담 완화를 위해, ESG 교육 및 컨설팅 강화와 기업 스스로 ESG 역량을 진단하는 K-ESG 플랫폼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또한 ESG 우수기업이나 노력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포상확대, R&D 참여기회 확대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지원보다 규제에 쏠려있는 법안들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입법기관에 맞는 역할이 있고, 부처는 행정에 맞는 역할이 있는 게 아니겠냐”고 반문하면서도 “그래도 정부가 지원하려는 취지에 맞게 법적근거를 마련해주는 쪽으로 법안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이 중견기업 대표들에게 ESG 경영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사진=산업부
한편 문승욱 산업부장관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소재 중견기업연합회에서 ‘중견기업 ESG·탄소중립 경영 확산 간담회’를 갖고, “중견기업의 탄소중립 및 ESG 실천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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