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축구 국가대표 핵심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대표선수 관리에 초비상이 걸렸다.
국가대표팀 벤투호의 간판 스트라이커 황의조(보르도)가 12일 밤(이하 한국시간) 열린 소속팀 보르도 경기에 출전했다가 부상으로 교체됐다. 황의조는 2021-22시즌 프랑스 리그앙(리그1) 5라운드 랑스와 홈경기에 선발로 나섰으나 후반 19분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돼 물러났다. 보르도는 2-3으로 패해 개막 후 5경기 무패(2무3패)의 부진에 빠졌다.
황의조의 부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예견된 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대표팀에서 '혹사'를 당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후 황의조는 쉴 틈이 없었다.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선발돼 올림픽을 다녀왔다. 시즌 개막 후에는 다시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1~2차전을 치른 A대표팀에 차출돼 한국으로 날아왔다. 2일 이라크전 선발 출전, 7일 레바논전에는 후반 교체 출전했다. 그리고 프랑스로 돌아가 또 소속팀 보르도 경기에 나서는 강행군을 이어왔다.
지난해 11월 열린 멕시코와 국가대표 친선경기 당시 황의조와 손흥민. /사진=대한축구협회
대표팀 에이스이자 캡틴 손흥민도 현재 부상 중이다. 역시 대표팀 차출과 관련이 있다. 프리미어리그 새 시즌 개막 후 좋은 활약을 펼치던 손흥민은 월드컵 최종예선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 토트넘 경기를 뛰면서 허벅지 쪽에 이상 징후를 보인 바 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8월 29일 밤 왓포드와 리그 3라운드 경기를 치르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고, 도착 후 50시간 만에 열린 이라크전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런 무리한 경기 출전은 종아리 부상으로 이어져 레바논전 출전 명단에서 빠졌고, 토트넘으로 복귀해서도 지난 주말 크리스탈 팰리스전에도 결장했다. 손흥민이 언제 그라운드로 복귀할 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손흥민과 황의조뿐만이 아니다. 중동파 남태희(알 두하일)도 대표 소집됐다가 이라크전만 치른 후 햄스트링 및 서혜부 부상으로 중도 이탈했다. 레바논전에 교체출전해 결승골을 넣은 국내파 권창훈(수원 삼성)도 종아리 근육 미세 파열로 4주 진단을 받았다.
모두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전력의 핵심을 이루는 선수들이다. 당장 소속팀이 난감한 처지에 빠진 것은 당연하고, 오는 10월 최종예선 2연전을 앞둔 벤투호도 초비상이다.
대표팀은 10월 7일 시리아와 홈경기에 이어 12일 이란과 원정 경기를 치른다. 특히 이란전은 한국의 조별리그 상위권 순위를 다투는 가장 중요한 일전이라 할 수 있다. 손흥민 황의조 등이 부상 영향으로 10월 최종예선에 정상 컨디션으로 참가하지 못한다면 벤투호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지난 2일 이라크전을 치를 때부터 대표선수, 특히 유럽파에 대해서는 무리한 출전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최종예선 첫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한 듯 손흥민과 황의조를 선발 출전시켰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이라크전에서 손흥민과 황의조는 평소에 비해 몸이 무거워 기대에 못미치는 활약을 했고, 한국은 0-0으로 비겼다. 그리고 그 후유증으로 둘 다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손흥민이 대표로 차출됐다가 부상을 달고 돌아오자 토트넘 팬들 가운데는 '손흥민을 대표팀에서 은퇴시켜야 한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월드컵 최종예선은 총 10경기 가운데 이제 2경기만 치렀다. 그런데 대표선수 관리에 허점이 드러나며 줄줄이 부상으로 쓰러지고 있다. 벤투 감독은 이런 사태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선수 기용법을 강구해야 한다. 손흥민 또는 황의조가 빠졌을 때 어떻게 전력 손실을 최소화할 것인지 플랜B도 확실하게 마련해둬야 한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대표팀이 최종예선을 시작하자마자 큰 시련에 빠졌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