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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교사, 아이 행동수정 조력자돼야

2015-03-12 13:11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이은경 큰하늘 어린이집 출연자
이은경의 어린이집 영유아 폭행 문제 심층기획(2)

매운 김치 안 먹는다는 아이가 맞았다. 교사의 손바닥에 맥없이 나동그라진 4세 여자아이 모습을 보면서 아이든 어른이든 사람이, 인간이 인격 대 인격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다시 보았다.

이번 사건은 매운 김치 안 먹었다가 단초다. 그러나 실제 가정이든 어린이집이든 부모나 교사나 안 먹겠다는 그 매운 김치를 아이에게 억지로 먹이는 게 다반사다. 그것은 영 유아 상호존중 차원에선 빵점이다. 혼낸다고 김치를 먹는가? 김치를 안 먹겠다는 아이를 때리면 김치를 먹는가? 김치 먹는 것으로 행동이 수정되는가? 이런 폭력을 휘두른 교사의 적용 방법은 상호작용에 있어 빵점이다. 이건 훈육도 체벌도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도 빵점짜리 엄마, 빵점짜리 어린이집 교사 많다. 인정하자.

이번 인천 사건을 통해 김치를 안 먹는 아이 한 가지 경우 관찰, 재조명하면
1. 김치가 너무 매워서
2. 김치가 너무 시거나 생김치라서
3. 김치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서
4. 그냥 먹기 싫어서.

첫째 김치가 너무 매워서 안 먹는 건 특정 아이뿐만 아니고 보통 아이들은 같다. 그러면 어린이집 조리사는 어른용 김치와 영 유아용 김치 두 가지로 담아야 한다. 어른용 김치야 말할 필요는 없고 영 유아용 김치는 당연히 아이들 입에 쏙쏙 들어가게 작아야 하고 고춧가루를 덜 넣고 덜 맵게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무조건 빨간색은 매운맛이라고 거부하는 아이는 토마토케첩으로 김치를 볶아 주어 빨간색에 대한 거부부터 없애주는 노력이 첫 단계다. 그런 단계를 거쳐 매운 김치까지 먹도록 곁에서 도와줘야 한다. 교사는 교실 안에서 영 유아의 음식 관련 관찰한 내용을 원장에게 전달하고 원장은 조리사에게 주문, 실천하는 3인의 협조가 필요하다. 관찰하고 단계별로 보육하라고 평가인증제도가 있는 거다.

이때 가정에서도 병행해 해주십사 엄마에게 협조를 구해야 한다. 어린이집에서 김치 먹게 하려고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으니 집에서도 함께 도와달라고 주문해야 한다. 같은 사안은 가정과 어린이집이 일관성 있게 지도하면 효과가 높다. 집에서 아이가 싫어한다고 김치를 아예 안 먹게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눈치가 빤한 아이들은 집에서 안 하는 것을 어린이집에서 하면 바로 반응이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한다.

   
▲ 어린이집 아동 폭행사건을 근절하려면 교사들의 교수법 훈련 강화가 시급하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행동을 수정하는 조력자이자 관찰자임을 명심해야 한다. /사진 크레이지파티 페이스북 캡처
둘째 김치가 너무 시거나 생김치의 경우다. 아이들은 정확하게 의사표현을 못 한다. ‘우리 집은 금방 담은 김치만 먹어요, 전 이렇게 신 김치 못 먹어요’라고 길게 설명 못 한다. ‘그냥 싫어요. 안 먹을래요.’ 한다. 매워도 싫어요. 시어도 싫어요. 냄새나도 싫어요. 단순히 그냥 싫다는 게 아닐지라도 다 싫다고 한다. 왜? 싫은지 왜 안 먹는지 긴 문장으로 설명 못 한다. 각 가정은 조금 담아서 2-3일 내로 먹고 또 담는지, 오래 묵혀 익은 김치를 먹는지 교사에게 미리 알려주면 좋다. 또 교사는 작은 거라도 아이에 대한 정보를 다 입수하여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보육에 참고 된다.

물론 입학 원서 쓸 때 엄마가 자녀가 어떤 음식 싫어하고 어떤 음식 좋아한다고 써주기도 하지만 부모 전달수첩으로 한 번 더 물어보는 수고를 교사가 하면 시행착오를 많이 줄인다. 집집이 음식 특색이 있어 다 맞출 순 없지만, 김치는 익은 김치를 먹는 집, 금방 담은 날것을 먹는 집 등으로 분명하게 나뉜다. 따라서 교사는 부모에게 아이가 익은 김치를 못 먹으니깐 더러는 금방 담은 생김치를 못 먹으니깐 어린이집의 김치는 조금만 제공하겠다고 그런 이유를 알려줘야 오해가 없다. 늘 부모와 협조해서 아이 문제를 공유함은 중요한 항목이다.

실제 어린이집은 영어 발음기호 하나 더 가르치는 것보다 중국어 하나 더 가르치는 것보다 이러한 관찰과 소통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해야 한다.

셋째 김치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서 안 먹는 예도 있다. 마땅한 표준말이 없어 사투리로 표현하자면 김치에서 군둥내가 나서 도저히 못 먹는 경우다. 이건 어른도 못 먹는다. 바로 뱉는다. 혹 김치 납품하는 업자가 속인 경우는 원장한테 건의하면 시정된다. 그러나 처음부터 저렴한 가격의 중국산 김치를 납품받는 경우엔 원장한테 건의해도 시정 안 된다. 조리사한테 말을 해도 자기 권한 밖이라고 한다. 그저 들어오는 부식 받아 조리할 뿐이라고 한다. 몇 번 회의 시간에 건의해도 개선 안 되면 교사는 건의하는 것을 포기한다.

자, 이런 김치는 버리는 게 맞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자신이 먹을 수 없는 것은? 교사 자신이 먹을 수 없는 것을 아이에게 먹으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 처음부터 제공 안 되었으면 좋겠지만 교사가 결정할 사안이 못 되면 그냥 버리면 된다. 건의한다고, 신고한다고, 제보한다고 될 일 아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요량으로 신고하든지 계속 근무하겠다면 이런 김치는 그냥 버리면 된다. 교사도 먹지 말고 아이에게도 주지 말고.

그런데 간혹 교사가 자신은 안 먹으면서 영유아들에게는 먹으라고 강요하는 예가 있다. 김치는 매워서, 시어서, 날것이라서, 그냥 싫어서 등등 여러 이유로 안 먹으려는 음식인데 하물며 토할 것 같은, 역한 냄새가 나는 김치를 먹으라고 하면 먹겠는가? 어른인 ‘나’도 뱉어낸다. 보통 아이가 ‘어린이집 김치 먹기 싫다.’고 하면 부모는 매워서 먹기 싫어한다고 단정한다. 싸구려 김치, 역한 냄새나는 김치를 줬다는 의심은 안 한다. 조금만 살펴보면 알 텐데도 말이다.

이런 경우엔 조리사와 원장과 교사가 말을 맞추면 잡아낼 관할청 담당자도 경찰도 없다. 돈 버는 납품한 업체야 더 말해 뭐하리오. 뜬금없지만 인천 사건 영상을 보면서 “저렇게 안 먹으려고 하는 이유가? 김치에서 역한 냄새가 난 게 아닐까? 나머지 아이들은 혼 안 나려고, 매 안 맞으려고 억지로 다 먹은 게 아닐까?” 이런 생각도 잠깐 해 보았다.

넷째 그냥 싫다. 이건 전반적인 반응이다. 이런 경우엔 음식 종류와 모양을 조금 바꿔서 제공해야 한다. 만두 속에 넣어 조리하든지, 잘게 썰어 계란지단 속에 넣든지 어떤 형태로든 김치를 넣어 만든 음식을 제공하여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여기 속에 있는 게 김치야, 먹어보니깐 맛있지? 너도 괜찮지? 선생님도 먹으니 참 맛있네!’ 하면서 그냥 싫다는 그 거부감을 없애줘야 한다. 이게 무에 그리 힘든가? 조리사랑 원장이랑 교사랑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김치뿐 아니라 야채 또는 고기 등 거부감 없이 ’잘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모양만 조금 바꿔 먹도록 해주면 1-2개월 후 좋은 방향의 결과를 얻는데.

마무리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그 교사에게 묻고 싶은 말은? 매운 김치 안 먹은 게 그렇게 맞을 일인가? 김치 하나 안 먹었다고 그렇게 폭력을 휘둘러 온 국민을 경악시키나이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 교사는 여러모로 많이 부족한 교사다. 교수한테도 배우지 않았는지? 어린이집 교사를 먼저 해 본 유경험자에게 듣지도 않았는지 하여튼 누군가로부터 배우지 못한 나름의 사연도 있겠지만, 부적격자 교사다. 처음부터 걸러져서 어린이집 교사로 안 들어옴이 바람직했다. 수습을 통한 현장 경험과 영 유아 교수법 훈련이 많이 필요했던 교사다.

교사는 이렇게 김치 하나도 관찰을 통해 1-2개월 또는 1-6개월을 통해 아이들의 행동수정을 도와야 한다. 교사는 관찰자요 조력자다. 이게 본질이다. 현장 경험이 부족할수록 교사들에겐 넉넉한 시간을 줘야 한다. 현재 어린이집 현장은 분초를 다툰다. 교사가 아이를 관찰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 우리 영유아들은 자라는 과정 속에 행동이 수정될 기다림조차도 제공받지 못한다. 기다려 주는 부모도 교사도 원장도 없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줘야할 선물은 기다림이다. 영 유아 교육은 기다림이다. /이은경 어린이집 큰하늘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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