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순항하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암초’를 만났다. 당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직전에 총괄선대위원장에 내정됐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합류를 거부하면서다. 여기에 몇몇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하락세 조짐이 보인다. 윤 후보의 ‘정치력’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23일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은 서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김 전 위원장은 “더이상 정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고, 윤 후보 역시 “그 양반 말씀하는 건 나한테 묻지 마라”고 예민하게 반응했다.
최근까지 선대위 인선안에 대해 "논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던 모습과는 완전 상반된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선대위 구성을 놓고 전권을 요구하는 김 전 위원장과 ‘3김’을 축으로 권한을 분산하려는 윤 후보의 ‘주도권 경쟁’이 표출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고래 싸움 터지면 새우는 도망가야 한다"며 "제가 중재라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서로가 왜곡 없이 진의를 파악하면 지금의 상황은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 이야기-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출판기념회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윤석열 선거캠프 제공
출범을 앞두고 큰 줄기를 완성했던 선대위가 휘청이는 가운데, 윤 후보의 지지율도 몇몇 여론조사에서 하락세 조짐을 보인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9~20일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40.0%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은 39.5%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불과 0.5%p였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조차 해당 여론조사에 대해 “믿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지난 5일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치러진 여론조사 중에서 격차가 가장 적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의 4자 가상 대결 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윤 후보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3%p 하락한 36%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이 후보는 전주보다 3%p 상승한 35%로 집계됐다. 지난 11일 발표된 직전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밖인 7%p 차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당내 한 관계자는 “몇몇 여론조사에서 격차가 많이 들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우세한 결과의 여론조사가 더 많다”면서도 “하지만 단순 개별 여론조사의 수치가 아니라 전체 여론조사의 흐름을 봤을 때 지금부터라도 다시 고삐를 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30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해 장제원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정치권에서는 ‘결국 윤석열이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선 이후 상승했던 지지율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는 것은 결국 삐거덕거리는 선대위의 출범 과정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윤 후보가 직접 나서서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후보 주변에서는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면서 “이를 잘 수습하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후보의 결단에 달려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때마침 윤 후보의 최측근인 장제원 의원이 “윤 후보 곁을 떠나겠다”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입장을 바꿀 ‘정치적 명분’이 마련되자 두 사람 모두 ‘여지’를 남기는 반응을 내놨다.
윤 후보는 “우리 김 박사님께서 며칠 생각하시겠다고 하니까 저도 기다리고 있겠다”며 ‘그 양반’에 비해 다소 누그러진 반응을 보였고, 김 전 위원장도 '윤 후보가 찾아오면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는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윤 후보가 선대위 인선을 원점에서 재구성하고 먼저 손을 내미는 등 전향적 태도를 보인다면 입장을 재고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어제 윤 후보에게 김 전 위원장과 직접 소통을 강화하라고 말했다"면서 "후보도 그런 의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해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당 대표가 된 직후부터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김 전 위원장이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을 기반으로 선거를 준비해 왔다"며 "저는 이 계획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