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영토확장에 디젤차의 설자리가 급속도로 줄고 있다.
환경규제 강화와 함께 디젤게이트, 요소수 대란 등과 같은 문제가 불거지며, '힘좋은 디젤'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완성차 업체들은 강화된 환경규제를 맞추기 위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같은 대체 제품을 출시하며 설자리를 잃고 있다.
현대차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1 LA 오토쇼' 사전 언론 공개 행사 '오토모빌리티 LA'에서 공개한 전기 SUV 콘셉트카 '세븐(SEVEN)'. /사진=현대차 제공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2021 LA 오토쇼' 사전 언론행사에서 공개한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콘셉트카 '더 기아 콘셉트 EV9'의 양산형 모델을 2023년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EV9은 올해 출시된 EV6에 이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기아의 두 번째 전용 전기차가 된다.
같은 날 공개된 현대차의 대형 전기 SUV 콘셉트카 '세븐(SEVEN)'의 양산형 모델 '아이오닉 7'은 한 해 늦은 2024년 출시가 예정돼 있다. 현대차의 경우 현재 판매 중인 아이오닉 5에 이은 두 번째 모델로 내년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6를 출시할 예정이라 아이오닉 7은 세 번째 라인업이 된다.
대형 전기 SUV의 등장은 승용차로 분류되는 개인과 소가족형 모빌리티에서 본격적인 패밀리카 영역까지 영역확장에 들어가며 내연기관차의 입지를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들어 디젤게이트에 이은 요소수대란 등의 문제로 입지가 줄고 있는 디젤엔진에 퇴출시기가 앞당겨 질 것으로 보인다. 디젤엔진을 대체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뿐 아니라 이미 하이브리드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승용차로 불리는 세단모델에 비해 차제가 커지며 무거운 SUV는 국내시장에서 디젤엔진이 절대적인 필수 조건이었다. 하지만 현대차에서 터보 가솔린 모델과 저배기량 터보엔진을 베이스로 한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선보이며, 이같은 상식이 바뀌고 잇다.
실제 이를 통해 출시된 모델들이 시장에서 호평 받으며 많은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 SUV를 구매하고 있다. 아직까지 완벽하게 디젤은 대체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진동소음에 대한 기회비용까지 적용하면 충분히 대신할 만한 모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기아가 LA오토쇼에서 첫 대형 전동화 SUV 콘셉트 카 더 기아 EV9을 공개했다. /사진=기아 제공
디젤엔진의 인기는 높은 토크에서 발생하는 파워풀한 성능 때문이었다. 이를 가솔린 엔진에서 발현하기 위해서는 높은 배기량의 큰 엔진과 더 많은 양의 연료가 필요했기 때문에 가솔린을 대신하기 위해서 디젤엔진이 각광 받아왔다.
실제 현대차의 대형SUV 팰리세이드만 두고 봐도 이같은 힘차이를 알 수 있다. 팰리세이드의 경우 2.2 디젤엔진 모델의 최대토크가 45.0kg‧m인데 반해, 배기량이 훨씬 큰 3.8 가솔린 엔진은 36.2kg‧m에 불과하다.
디젤 세단이 사라지고 소형 SUV에서도 디젤 라인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대형 SUV에서만큼은 디젤엔진이 꿋꿋이 버텨온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보여주고 있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의 성능이 이를 대신할 만큼 발전했다. 이에 디젤의 설자리는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기차에 장착되는 구동모터는 전기가 공급됨과 동시에 최대토크를 내는 특성상 디젤엔진의 훌륭한 대체재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현대차‧기아는 현재 제네시스 전기차 모델들에 적용되고 있는 전‧후륜 개별 구동모터를 대형 전기 SUV에도 장착해 동력성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무거운 차체를 움직이려면 배터리 용량도 그만큼 커져야겠지만, 배터리 집적도가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양산차 출시 시점엔 대형 SUV를 감당할 수 있는 배터리팩을 얹을 수 있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의 플랫폼 E-GMP는 모든 차종으로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빠르게 시장에서 만나볼 수 도 있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환경오염 이슈로 디젤엔진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가운데, 최근 요소수 대란으로 요소수 보충에 대한 번거로움까지 부각되면서 디젤엔진 퇴출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미 중형 및 준중형 SUV에서도 가솔린 터보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디젤엔진을 대체하는 추세고,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아예 승용 라인업에서 디젤엔진을 모두 퇴출시킨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했던 디젤엔진의 대체재들이 출시되며 환경규제이슈와 맞물려 빠른 속도로 시장에 퍼지고 있다"며 "이 차급에서 전기차가 자리 잡고, 나아가 수소연료전기차 같은 모델들로 트럭이 대신된다면 디젤엔진은 공업용기계와 발전기 정도에서 만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