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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100만명 반대한 탈원전, 새 정부서 종결돼야

2021-12-29 13:31 | 나광호 기자 | n0430@naver.com

나광호 미디어펜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한국수력원자력이 신고리 원전 6호기 원자로를 설치한 가운데 이 발전소가 국내에 설치되는 마지막 대형 원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영덕 천지 1·2호기와 삼척 대진 1·2호기 사업이 종결되고 울진 신한울 3·4호기 인허가 절차가 중단되는 등 신규 원전 프로젝트가 증발한 탓이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문 장관은 최근 열린 '제11회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 행사에서 원전 생태계 유지·보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나,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을 강조하면서도 국내 건설에 대한 회의도 표시한 바 있다.

신한울 3·4호기는 부지 조성·토지 매입·원자로를 비롯한 설비 사전 제작 등에 7800억원 가량의 혈세가 투입된 발전소로, 전문가와 업계가 생태계 유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건설돼야 한다고 누차 언급한 설비다.

문재인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으로부터 K-원전 구매 의사를 전달받았고, 한수원·두산중공업·대우건설 등으로 구성된 '팀코리아'가 폴란드와 체코 및 루마니아 등 동유럽을 중심으로 원전 수출을 타진하고 있으나, 국내에서 신규 발전소 건설을 멈춘 것을 넘어 원전 설비용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수립한 탓에 수출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 △공기 내에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는 능력 △kW당 3717달러 수준의 높은 가격 경쟁력을 보유했던 덕분이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밸류체인이 붕괴되면 뛰어난 파이낸싱 능력과 안보 우산 제공을 앞세운 선진국들을 상대로 성과를 내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 14조5000억원 규모였던 경남지역 두산중공업 협력사 170여곳의 매출은 2018년 8조9000억원으로 38.6%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태양광·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및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높였다가 '블랙아웃'과 전기요금 폭등이라는 부메랑을 맞은 미국·유럽의 사례로 볼 때 탈원전 정책의 지속은 산업경쟁력 저하 뿐만 아니라 국민 생활에도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탈원전 선두주자로 불리는 독일에서는 다음날 공급분 전력이 331.37유로(약 44만5000원)에 거래됐다. 이는 역대 3번째로 높은 수치로,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했다. 유럽 최대 원전 운영국인 프랑스가 원전 가동률을 낮추고, 최근 독일 내 풍력발전량이 일일 5000MW를 밑도는 등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갈등 속에서 파이프라인 폐쇄를 무기로 삼으면서 천연가스값이 올해 들어 600% 이상 치솟았기 때문이다.

국내 역시 LNG값 인상의 파도를 피하지 못했다.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1~10월 LNG복합발전소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데 지출한 비용은 15조24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조원 가까이 많아졌다. 발전량이 20.7% 늘어난 동안 비용은 32.8% 확대된 셈이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같은 기간 발전량이 19.4% 증가하는 동안 구입비는 45.4% 급증하는 등 상황이 더욱 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기에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이행비용이 빠진 것으로, 이를 포함하면 지난달 기준 재생에너지 정산단가는 kWh당 137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27일 경북 울주군 서생면에서 진행된 신고리 원전 6호기 원자로 설치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 산학연은 차기 정부의 방향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을 찾아 탈원정 정책을 비판하는 등 원자력 친화적인 인사로 볼 수 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탈원전 대신 '감원전'을 언급하는 등 1년 전과 비교하면 발언 수위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위한 온·오프라인 서명에 1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참여하고, 각종 설문조사에서 원자력 유지·확대 비중이 반대를 2배 가량 상회하는 등 민심이 원전 쪽으로 돌아선 까닭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기준 101개의 원전 발주 계획(10만2147MW)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탄소중립 정책에 힘입어 글로벌 트렌드가 탈원전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유럽을 중심으로 청정에너지에 원전을 포함시키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고,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이 원전 10기를 재가동하는 등 정부와 환경단체의 명분이 약해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대한민국은 북한 때문에 천연가스 생산지로부터 분리되고, 재생에너지 여건이 열악하다는 점도 밝혀지는 등 원자력 의존도를 낮추기 힘든 국가로 꼽힌다. 수소연료전지·수소터빈 등을 활용한 발전도 상용화 단계로 접어들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간 우리 산업을 지탱했던 석탄화력발전도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제도를 비롯한 ESG 열풍에 밀려나는 상황을 숙지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지닌 원전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트랜스포메이션이 일어나길 촉구한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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