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소규모 편의점도 장애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관련 업계가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13일 씨유(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계는 법원 판결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편의점은 임차인으로서 건물의 시설 설치 및 변경에 대해 개별 임대인들의 동의나 허가를 필요로 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2021년 7월31일 개점한 GS25 '늘봄스토어' 2호점 외관 전경. 늘봄스토어는 발달장애인 대상으로 교육과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국내 첫 장애인 직업훈련형 편의점이다./사진=GS리테일 제공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한성수)는 지난 10일 A씨 등 4명이 GS리테일 등 3개 기업과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청구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GS리테일이 판결 확정일부터 1년 안에 직영 편의점 가운데 2009년 4월 11일 이후 신축·증축·개축한 시설물에 장애인이 통행 가능한 접근로 또는 이동식 경사로 등을 구비하거나, 가게 외부에 호출벨을 설치해 직원을 통해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은 바닥 면적이 300㎡(약 90.75평) 이상인 소매점·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 등에 대해서만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평균 20~30평 규모인 편의점은 해당 의무가 없었다. 이번 GS리테일 판결로 법적 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재판부는 편의시설 설치에 관한 통일적 영업표준을 마련하고, 편의점 가맹점사업자도 해당 영업표준에 따라 점포환경을 개선하도록 권고했다. 점포환경개선 비용도 20% 이상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
편의점 업계는 우선 직영점 중심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마련하고, 가맹점까지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외부에 호출벨을 설치해 장애인이 직원을 통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편의점 CU 매장/사진=BGF리테일 제공
이미 GS25는 직영점과 대구지역 100여개 이상 가맹 점포에 장애인 편의 시설을 갖추고, 전국 가맹점 중 200여개 점포에 이동식 슬로프를 설치했다. CU도 지난해 신규 출점한 200여점에 출입문 경사로를 설치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의 모니터링 내용을 접수받아 추가 개선안을 협의하는 중이다.
편의점 관계자는 “편의점들이 거의 임차인데 도로변 매장에 휠체어 경사로를 만들면, 또 도로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해당 건물주 허락을 구하는 문제도 있다”며 “법원은 그런 세부적인 상황 보다는 큰 틀에서 해석한 것 같다. GS리테일 측이 항소하면 이후 논의되는 사항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편의점 매장은 대부분 20~30평 소규모니까 그동안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 법적 제약이 없었다. GS리테일이 대표적으로 소송의 대상이 되긴 했지만, 해당 법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받은 것”이라며 “장애인차별법 취지를 생각한다면 편의점뿐만 아니라 330㎡ 이하 헬스 앤드 뷰티(h&b) 스토어 등 모든 소매점이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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