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새벽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침공을 개시한 이후 25일 동부와 북부, 남부 등에서 동시다발 공격을 펼치면서 수도 키예프를 향해 진격했다. CNN 등 해외언론은 러시아군 기갑부대가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인근 지점까지 진격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러시아 병력도 키예프로 향하고 있어 수도 함락 가능성을 예고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4일 우크라이나에 국가총동원령을 내렸다. 90일간 군사력과 국가 인프라를 전시체제로 전환하고 인적자원과 물자를 총동원하는 이번 조치에 따라 18~60세 남성은 출국이 금지되면서 전쟁에 투입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5일 러시아 침공 첫날에만 군인과 민간인을 협쳐 사망자가 최소 137명 나왔으며, 부상자도 수백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당초 파병을 결정하면서 우크라이나 동부에 국한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앞서 21일 돈바스 지역인 도네츠크 및 루간스크 공화국 독립 승인 및 파병을 지시했고, 24일 전쟁을 개시 연설에서에서도 “친러 반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라고 말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점령 계획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러시아 군대는 우크라이나의 동부뿐 아니라 북부와 서부 국경을 넘었고 남부의 크림반도에서도 진입했다.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부 체르노빌 원전을 점령했다. 키예프 인근 비행장 등 군사시설을 파괴했으며, 서부의 리비우와 남부의 오데사 등에서도 포성이 터졌다.
여기에 푸틴 대통령은 개전 연설에서 이번 군사작전의 목표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탈 군사화와 탈 나치화”라고 밝혔다.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을 러시아가 반대하면서 촉발됐다. 하지만 이제 러시아의 목표는 젤렌스키 정권을 전복시키고 러시아에 우호적인 위성국가를 세우는 것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푸틴이 언급한 나치주의자들은 서방국가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면서 나토 가입 등을 추진한 젤렌스키 정권과 그 지지 세력을 말한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젤렌스키 정권을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신나치주의자들의 정권이라고 비난해왔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침공 때나 2008년 조지아 침공 때에도 반정부 세력, 친러 세력을 통해 침공 명분을 만든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난 조지아 침공 때와 비슷한 측면이 많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우크라이나 사태-미러 정상 (PG) 백수진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당시 조지아에서 분리독립을 주장하던 친러시아계 남오세티야에 대해 조지아 정부가 무력진압에 나서자 러시아는 평화유지군을 파병했고, 이후 10여명의 평화유지군이 숨진 것을 빌미로 100만여명에 달하는 병력으로 침공해서 단숨에 조지아를 굴복시키고 남오세티야를 독립시켰다.
당시 조지아도 나토 가입을 추진 중이었다. 그리고 이 전쟁으로 2000여명의 사망자와 3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이번 우크라이나와 다른 측면이 있다. 당시 크림공화국 주민 10명 중 6명이 친러 성향으로 나타났고, 러시아와 크림공화국의 합병을 결정하는 주민투표가 96.6%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된 일도 있다.
문제는 지금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러시아의 침공에 저항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고, 자칫 3차 세계대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이와 관련해 “이번 사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에 달려 있다. 그들이 괴뢰 정부의 지배를 받을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우크라이나 내부 전투에 미국 병력을 파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가 아직 나토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미국은 독일에 7000명의 병력을 추가 파병하기로 했다. 미국이 러시아와 전면전을 벌이지 않으면서 나토 동맹국부터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에 착수한 것이다.
서방도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용 장비 등을 지원했지만 병력은 인접한 폴란드, 루마니아를 한계선으로 배치해 방어벽을 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개전 둘째 날인 25일 새벽 화상연설을 통해 “우린 홀로 남겨져 나라를 지키고 있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며 한탄한 이유이다.
사실 미군이나 나토군이 우크라이나에 들어가게 되면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파병에 선을 그으면서 대신 러시아에 대해 첨단 제품 및 부품에 대한 수출 통제와 러시아 대형 은행의 대외 거래 차단과 같은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러시아군에 대한 자금 조달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경제 제재로 푸틴 대통령을 당장 멈추게 할 수 없을 것이라는데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원래 제재는 시간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얼마나 저항할지에 따라 이번 사태의 장기화 여부가 달린 셈이다. 그 과정에서 전쟁이 폴란드나 루마니아 등으로 확전될 경우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