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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이 안 들어와요"…우크라-러시아 전쟁에 무역업계 비상

2022-03-03 13:16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 국제 사회가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 업체들과 거래하는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원자재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공장 가동이 멈추는 등 공급난이 커지고 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 연합(EU) 집행위원장이 러시아 경제 제재 방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트위터 캡처


3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 연합(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 중앙·시중 은행에 대해 국제 은행간 금융 통신(SWIFT) 사용을 못하도록 하겠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우리 정부도 지난 1일부터 한국을 통한 SWIFT 코드를 쓸 수 없도록 하는 경제 제재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은행과의 금융 거래가 불가능해졌다. 이 같은 글로벌 제재안에 속이 타는 건 송금 길이 막힌 무역 기업들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24일부터 6일 간 119개사로부터 160건의 피해 사례를 접수받았다. 피해 유형별로는 △대금 결제(94건) △물류·공급망(51건) △정보 부족(11건) 등이 꼽힌다. 이 중 대금 결제는 전체 문제의 58.7%를 차지한다.

러시아 현지로부터 주문을 받아 기계 장비를 생산하는 한 업체는 일부 선수금을 받고 생산을 완료한 상태다. 그러나 잔금 회수 일정에 차질이 생겨 운영 애로가 생겨났다. 이 회사는 정부와 유관 기관의 수출 대금 회수 창구를 개설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업체는 사업 포트폴리오 상 러시아로의 수출 비중이 크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직 러시아 바이어와 연락은 되지만 미수액이 있어 추후 금융 제재 전망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금융 리스크 관련 정부 또는 기관 차원의 온라인 설명회 개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현대자동차 공장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 제공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17만대, 기아는 20만대 가량 판매하는 등 현대자동차그룹은 현지 시장 점유율 2~3위권을 유지했다. 올해는 각각 21만4000대, 23만9000대 판매 계획을 세우는 등 더 많은 목표치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현대차 공장이 5일 간 가동 중단에 돌입하는 등 국제적인 대(對) 러시아 제재로 인한 공급망 타격을 면키 어렵게 됐다. 현대차그룹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들도 줄줄이 피해를 보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가장 큰 이슈였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해결되는 듯 보였지만 문제는 원자재 가격이다. 자동차 배기 가스를 저감해주는 촉매 변환기에 쓰이는 팔라듐은 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해온다. 특히 러시아는 글로벌 팔라듐 매장량의 40%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날인 지난달 23일 팔라듐 가격은 그램 당 9만5160원이었으나 지난 2일에는 10만3715원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로 하는 네온·크립톤·제논 등 희귀 가스도 두 나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제2의 요소수 사태'가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당장 단기적으로 3개월치의 희귀 가스 재고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수급처를 다변화 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희귀 자원 국산화를 가속화 한다는 방침이나, 네온 가격은 지난해 대비 최고 3배 가량 급등하는 등 국내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경제 제재로 공급망 부담이 다시 커지고 있다"며 "사태가 빠르게 진정된다 해도 글로벌 공급망 훼손과 경제 충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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