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정부가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유류세 인하폭을 30%로 확대한다. 이와 함께 경유 가격 급등에 따른 운송업 종사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유가연동 보조금도 3개월 지급키로 했다. 하지만 이번 유류세 인하 확대 정책이 서민들이 기름값 부담완화를 체감하기에는 그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고속도로 휴게소 셀프 주유소./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체감 유류비용을 낮추기 위해 고유가 부담 완화 3종 세트를 마련했다”며 “이를 신속하게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조치로 10㎞의 연비로 하루 40㎞ 주행하는 운전자는 휘발유 기준 월 3만원의 유류비 절감이 가능해져, 종전 20% 대비 1만원 가량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인하 조치가 적용되면서 향후 가계의 유류비 지출 부담을 경감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정부의 예시대로 현재 10㎞의 연비로 하루 40㎞ 주행하는 휘발유 차량 운전자가 한 달을 주유할 경우 24만원을 부담해야 하는데, 여기서 1만원의 주유비 절감은 체감하기 어렵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3월 마지막주 국내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00.06원이며, 경유는 1919.78원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두바이)가 4일 기준 배럴당 101.84 달러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반면, 국내 기름값의 오름세는 더 가파른 상황이다.
실제로 전날인 4일 (사)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3월 국제휘발유 가격은 ℓ당 123.27원 인상한 데 비해 국내 정유사의 공장도 가격은 ℓ당 176.52원을 인상해, 국제가격 인상 대비 ℓ당 53.25원을 더 많이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의 인상 폭은 더 컸다. 국내 주유소는 ℓ당 236.10원을 인상하면서 국제가격 인상 대비 ℓ당 112.83원을 더 인상했다.
이로 인해 올해 2~3월 국내 정유사들의 평균 마진은 ℓ당 68.69원으로 평균 마진인 44원보다 1.5배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서는 유류세로 인해 실제 이득을 보게 되는 건 세금을 내는 서민이나 트럭기사들이 아닌 정유소나 운송업 사업주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유류세 전면 폐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산업화 시대인 1980~1990년대 차량 소유 고소득자들을 상대로 세수를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금이 현재는 서민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유류세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며 “세금을 걷는 취지와도 맞지 않아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으로 유류세 폐지 검토 등 보다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고속도로 정도를 나가야 10km(연비)를 웃돈다. 대형차도 아닌데 시내 주행이 대부분이어서 연비가 8을 넘기기 힘들다”며 “한달에 기름값만 35만원이 넘게 드는데 여기서 2만~3만원 줄어든다고 크게 체감을 하진 못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실제 얼마의 기름값을 쓰는지보다 주유소에 걸려있는 휘발윳값을 보고 체감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소재 석탄회관에서 정부의 유류세 추가 인하 및 LPG 판매부과금 한시 인하 시행 결정에 따라 석유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업계에 인하분의 조속한 판매가격 반영을 당부했다.
유법민 자원산업정책국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영향으로 상승하는 에너지 가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유류세 추가 인하와 LPG 판매부과금 인하를 결정했다”며 “이번 조치에 따른 인하분이 소비자 판매가격에 조속히 반영돼 물가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관계기관과 업계에 요청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