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조우현 기자] 재정 건전성과 물가 안정. 정부가 강제로 이끄는 소득주도 성장에서 시장이 주도하는 성장으로.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초대 내각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한 추경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간사(국민의힘 의원)는 키워드로 내세운 향후 경제 기조다.
정부 재정과 민생 경제에 있어서 보수적이면서 실용적인 방침을 밝힌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이날 후보자 지명 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정준칙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며 "새 정부는 공적연금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석열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지명된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4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특히 추 후보자는 기업과 관련해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구조적 문제들도 다뤄야 한다"며 "기업의 발목을 잡는 족쇄, 모래주머니를 빨리 벗겨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추 후보자는 "기업 행태도 개선해야 한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규제를 과감히 풀어나가되 불공정 거래는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또한 문재인 정부 기존 정책 중 우선 정상화해야 할 과제로 시장에서 감당 안 되는 '소득주도성장'을 예로 들면서 "주 52시간 정책 방향은 맞지만 모든 업역, 모든 규모의 사업장에 획일적으로 무리하게 들어가니까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추 후보자는 "시장이 감당할 수 있어야 하고,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해 기업과 시장의 자유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정책 패러다임 전환 의사를 밝혔다.
추 후보자의 이 같은 방침은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대다수의 국가에서 세우고 있는 원칙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정부가 기업을 경제 성장의 파트너로 보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동반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윤정부 새 기조 '기업 중심 성장', 재계 반응은
그간 숨죽여 지냈던 기업들은 민간의 경제활동에 대한 이해가 높은 추 의원이 경제부총리 후보로 지명 되면서 모처럼만에 활기를 띈 모습이다.
재계는 추 후보자가 '기업 중심 성장'을 언급한 것을 눈여겨보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 기업이 성장해야 국가가 성장한다는 '기업 중심 성장'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지만, 돌아오는 것은 '규제 일변도'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부터 법인세를 인상해 기업의 세 부담을 가중시켰고, 이후에도 꾸준히 기업을 옥죄는 정책을 감행해 왔다.
문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갔다는 점이다. 기업을 옥죄면 옥죌수록 각종 경제 지표는 악화일로를 걸으며 빨간 불이 켜졌다.
문 정부에서 가장 큰 압박을 받았던 삼성전자가 매 분기 최대 실적을 내는 저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는 오롯이 삼성의 개인기일 뿐이라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더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언급도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본보의 취재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경제 정책을 좌우하는 경제부총리 자리에 시장의 중요성을 아는 추경호 후보자가 지명된 것이 윤석열 당선인의 기업주도성장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현재 윤석열 당선인이 추 후보자 외에 지목한 초대 경제팀을 살펴보면 '친 시장주의자'로 분류되는 인물들을 전면 배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인 이창양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 모두 민간 부문의 혁신과 규제 개혁을 강조하는 시장주의자다.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을 치르면서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위해 규제혁신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특수관계인 제도 및 기업경영권 방어제도 등 관련법을 개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플랫폼 분야 또한 자율 규제를 원칙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한도로 규제하면서 반도체 연구개발 비용 세액공제 확대, 중소 중견기업 디지털 전환 지원 또한 공약으로 걸었다.
이제 시작이다. 윤 당선인 취임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새 정부 경제 기조에 대한 재계의 기대가 높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