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둔촌주공 재건축 사업비 대출 만기 연장이 불발된 가운데 조합원들이 가구당 1억2000만원 가량 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조합 측은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대우건설)이 대위변제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출된 사업비의 최종 책임은 조합에 있어 조합원들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대주단은 공문을 통해 조합 측에 사업비 대출금 기한 연장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에 공사 중단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대주단 측은 “대출만기일 등 상환일정 조정은 대주 전원 동의에 의해 결정되나 대주 전원이 동의하지 않았다”며 “2022년 8월 23일 대출금 만기에 따른 상환을 준비해달라”고 전달했다.
대주단은 총 24개 금융사로 구성돼 있다. 전원이 동의하면 대출금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공문에 따르면 찬성 의사를 밝힌 금융사는 6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18개 금융사는 검토 또는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대출된 사업비는 약 7000억원, 둔촌주공 조합원은 6000여명이다. 만약 조합이 이를 상환하고자 할 경우 조합원당 1억2000만원가량을 변제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기 연장 불가 소식이 전해지면서 둔촌주공 조합원들이 8월까지 이 금액을 마련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잇따랐다.
조합 측은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합은 지난 15일 조합원들에게 발송한 문자를 통해 “만기 연장이 되지 않을 시 조합원들이 1억원 이상씩 변제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합 측은 “지분제 사업 방식에서 제반 사업비는 시공사업단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고 그동안 시공사 편의를 위해 조합이 수요자 금융으로 자금을 조달해온 것”이라며 “만기 연장이 불가할 경우 현실적으로 연대보증인인 시공단이 상환을 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보증인인 시공단이 대위변제를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몫은 없다는 설명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에 공사 중단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결론부터 보면 이는 ‘팩트’다. 현재 진행된 사업비 대출은 시공단이 연대보증인으로 돼 있다. 따라서 시공단이 변제 의무를 갖는다. 오는 8월 상환해야 하는 대출금 약 7000억원은 조합이 아닌 시공단이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조합 측이 져야 할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공단이 대위변제를 하게 되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시공단은 대주단에 사업비 7000억원을 대위변제한 후 공사비와 사업비, 이자를 포함한 비용에 대한 구상권을 조합에 청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시공단 측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당장 8월까지 1억2000여만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다만 저희가 대위변제를 하게 되면 구상권이 생기고, 이를 청구하면 조합이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조합은 파산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갚는 시점이 다를 뿐, 조합원이 부담해야 하는 1억2000만원가량 금액은 그대로인 셈이다.
혹 대출 만기가 연장돼 이 사태를 피할 수도 있을까. 시공단 측 관계자는 “조합에서 계약 관련 소송 취하 등 사업 정상화를 위한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있다면 은행권에서 반대했던 곳도 돌아설 수 있다”며 “만약 반대 금융사가 더 적다면 이들을 제외하고 새로 대주단을 꾸려 진행하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서울시 중재안에 따라 상황이 바뀔 여지도 있다”며 “다만 현재로썬 대주단은 만기 연장 없이 자금을 회수하는 게 리스크가 더 적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